대한항공보다 1년간 더 챙겨
800만명 항공료에 슬쩍 얹어 '꿀꺽'


아름다운 기업을 주제로 대대적인 광고를 벌이는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의 아시아나항공이 전쟁보험료 명목으로 약 141억원을 국제선 승객들에게 부당하게 부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2일 항공당국에 따르면 전쟁보험은 2001년 미국 9.11 테러 후 항공사들이 비행기 추락으로 여행객을 제외한 제3자에게 손해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가입한 보험으로, 2001년 10월부터 국제선 승객들에게 적용됐다.

보험료 액수는 테러 위험 정도에 따라 변동되는데 2004년 승객 1인당 2달러까지 올라갔다가 테러 발생 가능성이 작아짐에 따라 지속적으로 낮아져 지난해부터 0.3달러 내외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전쟁보험료를 작년 1월 2달러50센트(보안수수료 50센트 포함)에서 90센트로 낮췄으나 아시아나항공은 최근까지 개선하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기 안전이 크게 향상된 만큼 승객들의 보험료 부담을 낮춰야 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지난 1월에야 대한항공 수준으로 조정했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1년 동안 국제선 승객 1명당 1달러 60센트씩 추가로 받아 챙긴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연간 국제선 승객수가 약 800만명이므로 초과 부과액은 1천280만달러로 추정된다.

지난해 연평균 환율 1천103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무려 141억1천184만원을 더 걷은 셈이 된다.

전쟁보험료는 영업비용 항목에 계상되므로 아시아나항공의 작년 실질 영업손실은 686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 회사는 최근 영업손실이 527억원에 달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아름다운 기업이 되기 위한 7대 실천과제'를 주제로 대대적인 광고를 해온 아시아나항공이 이런 식으로 거액의 부당 수익을 챙겼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해외 여행객들 사이에는 보험료 반환소송 등 법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보안설비 투자비를 작년까지 회수하지 못해 보험료 수준을 1인당 2.5달러로 유지했으나 올해 들어 대부분 회수함에 따라 최근에야 보험료를 낮출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대한항공의 보험료 인하 시기가 무려 1년이나 앞섰던 점에 대해서는 "대한항공은 보험가액이 많아 볼륨 디스카운트가 컸을 것으로 보이며, 규모의 경제 덕분에 보안비용의 단가 대비 회수율이 높았기 때문에 인하 시기를 앞당길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