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조직 개편에 이어 전 계열사에 대한 정밀 감사에 착수한다. 대대적인 경영 진단을 통해 미래 지향적인 혁신안과 불황기 극복을 위한 경영쇄신안 도출에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어서 그룹 전반에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2일 "요즘의 위기 국면이 단기적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경영 체질을 전면 쇄신하기 위해 모든 계열사에 대한 정밀 감사에 착수하기로 했다"며 "이달부터 전자 사업군을 필두로 관련 업종별로 연말까지 감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이 전 계열사에 대한 감사 및 경영 진단에 들어가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삼성의 감사는 통상 임직원 비리나 경영 비효율 적발과 같은 활동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경영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경영효율 개선과 조직 쇄신에 주안점을 둬 왔다. 이 관계자는 "이번 감사는 경쟁력이 약한 사업은 퇴출이나 보완책 마련을 지시하고 경쟁력이 강한 곳은 핵심 역량을 더욱 모아 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과거 구조조정본부 산하에 있었던 경영진단팀처럼 강력한 감사 활동을 통해 조직을 추스르고 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계열사에 대한 삼성의 전면 감사는 최근 사장단 인사에서 윤주화 삼성전자 감사팀장이 사장으로 승진하고 경영에 책임을 지는 등기이사 후보로 등록된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게 삼성 주변의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감사팀장이 거대 기업의 등기이사 후보로 오르는 것을 보고 다소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이제 의문이 풀렸다"며 "올해 삼성의 전략은 원점에서 모든 것을 점검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의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 25명에 달하는 사장들이 승진하거나 새로운 보직을 맡은 상황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계열사를 새로 맡은 신임 사장들이 전임자와의 경영 성과를 구별하기 위해 스스로 감사를 요청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삼성은 이번 감사를 위해 각 계열사에서 경영진단 전문 인력들을 뽑아 별도의 팀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감사의 파장은 향후 삼성의 경영 흐름과 시장 전략은 물론 내년 초 사장단 및 임원 인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경우에 따라 계열사 합병이나 사업 통폐합 등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