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이 또다시 한국 경제에 대한 우울한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정부는 "불확실한 수치를 토대로 한 보도"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시장은 지난해 '9윌 위기설'을 전후한 외신들의 한국 흠집내기가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 '한국의 외채(Korea's debt)'란 제목의 렉스 칼럼을 통해 "한국의 단기 외채 문제가 여전하다"며 "한국은 위기에서 아직 벗어나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FT는 "한국의 외채(잔존만기 기준)는 지난해 말 현재 1940억달러인데 비해 외환보유액은 2000억달러 수준"이라며 "회사채 등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들을 뺄 경우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1700억달러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한국은행의 자료를 보면 한국의 외채가 순조롭게 연장될 수 있을 것으로 나타나 있지만 이 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할지는 미지수"라며 "동유럽발 금융위기로 불안해하는 유럽 은행들이 대출을 공세적으로 줄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FT의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정부는 즉각 반박자료를 냈다. 현재 외환보유액이 단기 외채를 상환하기에 충분하다는 게 해명 요지다. 유동외채가 1940억달러에 달해 외화보유액이 충분치 않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은행 기업 등의 외채 상환능력이 전혀 없다는 극단적 가정에 기초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동유럽 금융위기가 국내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한국의 단기채무 비율과 은행 예대율이 높아 한국 경제의 위험도가 이머징 국가 중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헝가리에 이어 폴란드와 함께 세 번째로 높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재정부는 "이코노미스트가 단기외채와 예대율 전망의 근거로 활용한 HSBC은행 평가지표가 잘못된 것"이라며 "단기외채 비중은 75%이며 예대율도 118.8%"라고 해명했었다.

이처럼 외신들의 잇단 한국 경제 흠집내기가 잇따르자 정부는 지난해 9월 위기설 당시와 같은 상황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FT와 '더 타임스',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들이 "한국,제2외환위기 가능성''검은 9월로 향하는 한국' 등 악의적 보도를 하면서 금융시장의 혼란이 가중됐듯이 최근 '3월 위기설'과 맞물려 외신들이 또다시 위기 부풀리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외신대응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라"고 지시했다. 진 위원장은 "필요하다면 외신과 분기에 한 번 정도는 만나서 외화유동성 등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얘기를 하겠다"며 "해외의 오피니언 리더들에게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정부도 지난해 말 이후 열지 않았던 외신 간담회 등을 재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태명/이심기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