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보 3천억 추가출연ㆍ소형 소비재 수출까지 독려

지난달 2일 유가증권시장. 장 초반 개인과 외국인의 동반 매수세로 1,170선까지 치고 올라갔던 코스피 지수는 급락세로 돌아서 1,136선까지 밀렸다 가까스로 낙폭을 줄여 15.16포인트 내린 1,146.95에 마감됐다.

상승흐름을 타던 시장을 갑자기 끌어내린 것은 오전장 중 1월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2.8%나 급감했다는 지식경제부의 수출실적 발표였다.

외국인들의 투자회수로 대표되는 자본유출을 상쇄할 거의 유일한 통로인 수출이 곤두박질치면서 경상수지와 환율도 몸살을 앓았다.

수출의 3분의 1이 날아간 1월 경상수지도 상품수지가 14억6천만 달러의 적자를 내면서 전체적으로 13억6천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 4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한국 경제의 건전성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는 상태에서 그나마 '믿을 구석'이었던 수출마저 무너질 조짐을 보이자 지난달 2일 달러당 1천390원에 마감했던 원.달러 환율은 27일에는 1천534원까지 치솟았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와 수출진흥기관들은 그야말로 '수출 100억 달러'를 지상목표로 했던 1970년대 식 '총력 수출체제'에 들어갔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수출 총력 드라이브'를 선언하면서 "수출을 늘릴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주문을 내놓기도 했다.

◇ "수출 지원할 돈을 늘려라" = 국제통상규범이 지금처럼 엄격하지 않고 미약한 경제력으로 국제무대에서 한국에 대한 주목도가 낮았던 개발연대에 정부는 각종 정책금융 제공, 자금할당, 보조금과 세제지원 등 갖가지 방식으로 수출업체를 지원했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곤두박질친 수출을 되살리기 위해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수단은 수출보험과 관련 보증이 유일하다.

지금 수출이 급감하는 데에는 단순한 해외 각국의 수입수요 부진뿐만이 아니라 수출뒤 대금 회수의 위험성이 커져 '팔 수 있을 것 같은데도 팔 수 없는' 상황이 한몫하고 있다는 점에서 회수 위험을 담보해 주는 수출보험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이 때문에 정부는 매년 100억∼200억 원밖에 출연하지 않던 수출보험에 대해 올해는 이미 3천100억 원이라는 거액을 일찌감치 쏟아부어 올해 수출보험 공급액을 170조 원으로 지난해보다 40조 원이나 늘렸다.

하지만 지난 1월 수출액이 1년 전에 비해 3분의 2에 불과했음에도 같은 달 수출보험 가입액은 10조4천억 원으로 도리어 33%나 불어났고 수입자 파산에 따른 수출보험 사고액은 1월에만 5천572억 원으로 작년 1월의 7.4배로 급증하는 등 수출보험은 벌써 위기신호를 보내고 있다.

더구나 정부가 연초 출연한 돈을 감안해도 수출보험 공급계획이 모두 이뤄지면 수출보험기금의 보증배수는 자그마치 53배에 달해 10∼20배 사이인 적정 보증선을 훨씬 넘어버려 대형 사고가 벌어지면 기금 전체가 순식간에 날아갈 수 있는 상황이다.

위기가 심각해지자 심지어 해외에서 수출관련 보험을 해결하던 글로벌 대기업조차 정부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정부에 "비상상황인 점을 감안해 자동차업계에 대한 은행의 여신한도 가운데 수출부분은 예외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고 LG전자는 "수출보험 한도를 10억 달러 늘려주면 앞으로 80억 달러의 수출을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현재 추진 중인 추가경정예산으로 수출보험에 3천억 원 가량 더 집어넣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출신용보증 규모는 지난해 1조5천억 원에서 단숨에 6조 원으로 확대됐고 부채비율이 650%를 넘는 기업에 대해서도 보증 제한을 풀었다.

무역협회도 연 4%의 금리에 1년 거치 1년 분할상환이라는 유리한 조건으로 수출 중소기업에 공급되는 무역기금 지원대상을 당초 600여 개, 900억 원에서 1천여 개, 1천500억 원으로 대폭 확충하는 등 '끌어모을 수 있는 돈은 다 끌어모으는' 모습이다.

◇ 연초부터 초대형 수출상담회 "단 1 달러라도…" = 지난 1월 1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무려 1천200여 명의 해외 바이어들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하는 대규모 수출상담회 '바이 코리아'가 열렸다.

1천 명이 넘는 바이어가 한 번에 참가하는 대규모 수출상담회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있는 일이었고 더구나 새해가 시작된 지 보름도 되지 않아 이런 행사를 갖는 것도 유례없는 일이었다.

조환익 코트라 사장은 "연초부터 굵직굵직한 행사를 묶어 개최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대규모 해외 바이어 초청을 위해 수출 붐을 일으킨다는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우수한 상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해외시장에서 인지도가 낮아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해외 인지도가 있는 공기업 코트라가 상품의 품질을 보증하고 수출보험공사가 전용 보험상품으로 돕는 '보증 브랜드제'도 시행에 들어갔다.

이 제도를 통해 3억 달러 가량의 수출을 더 늘릴 수 있다는 게 코트라의 분석이다.

중소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해외 물류센터도 올해만 6곳을 만들어 모두 20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해외 공동물류센터는 수요처에 상품을 보관했다 소량이라도 즉시 현지 바이어에 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출의 첨병노릇을 할 수 있다.

심지어 무역역조가 심각한 일본에는 생활용품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한 전략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소비재 기업들이 눈에 안보이는 장벽이 높은 일본 내수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일본과의 거래를 주사업으로 하는 업체를 내세워 일본 최대 인터넷 쇼핑몰 라쿠텐(樂天)에 40여개사의 제품을 입점시킨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총력 체제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상황 반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줄면서 무역수지 흑자는 가능하겠지만 국내 경기를 되살릴 수 있는 수출의 증가세 반전은 경기의 반등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수출의 증가세 반전은 최소 1분기는 지나야 할 것"으로 관측하면서 "2분기부터는 증가세로 돌아설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