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다시 할 수 있다는 기쁨에 하루 3시간밖에 안 잤어요."

지난 27일 열린 삼성전자 공과대학교(SSIT) 2009학년도 졸업식에서 수석의 영예를 차지한 김도영(33)씨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반도체 8,9라인에서 대리로 근무하는 직원이다.

부산 출신인 김씨는 청소년기에 어머니가 혼자서 호떡과 핫도그를 팔아 생계를 꾸렸을 정도로 어려웠던 가정형편 탓에 부산전자공고를 졸업한 뒤 곧바로 삼성전자에 입사했지만, 마음 한구석에 늘 배움에 대한 허기를 감추고 있었다.

2003년 가정을 꾸렸고 곧 아빠가 됐지만 김씨는 부인과 상의한 끝에 2006년 삼성전자 공과대학 반도체공학과에 입학했다.

SSIT는 1학년 과정 동안에는 기숙사에서 공부에 전념하도록 하고 주말에만 귀가를 허용하는 스파르타식 교육 시스템을 갖고 있고, 2,3학년 때는 일주일에 이틀 수업을 받고 나머지는 직장에서 근무하도록 하고 있다.

김씨는 "집사람이 맞벌이를 하는데다 입학할 때 9개월 된 아들이 있었고 2학년때는 딸도 태어나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곁에서 지켜봐주지 못한 것이 무척 미안했다"며 "서른이 넘어서 공부를 다시 시작하다보니 잠도 안자고 앉아서 공부만 했다.

그러다보니 6개월만에 12㎏이나 살이 찌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김씨는 학사논문을 국내용과 해외용 2가지나 썼다.

졸업논문 1편조차 베껴쓰기에 바쁜 일반 대학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노광공정(웨이퍼에 회로패턴을 형성하는 공정)에 근무하는 김씨가 전공을 살려 쓴 국내용 논문은 'PSPI(감광성폴리마이드) 고점도 펌프 개발', 해외논문은 '소프트 베이크 온도제어를 통한 PSPI 노광공정 생산성 향상' 등 전문성이 높은 내용.
이중 해외논문은 우수논문으로 채택돼 김씨가 루마니아까지 날아가 설명회를 갖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비록 인지도와 명성에 있어서는 미국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교육의 질과 내용만큼은 SSIT가 초일류라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주경야독으로 삼성전자 공과대학교를 졸업한 학생은 올해에만 박사 3명, 석사 25명, 학사 32명 등 총 60명에 달한다.

삼성전자 공과대학교는 1989년 사내 기술대학으로 출발해 2001년 정규대학 승인을 받았고, 2002년 이후 현재까지 전문학사 130명, 학사 63명, 석사 174명, 박사 11명 등 총 378명을 배출했다.

졸업생 중에서 2005년과 2006년에 석사 학위를 취득한 이재영씨와 김경호씨는 GDDR5 개발 참여로, 2004년 석사가 된 김상갑씨는 LCD 개발 과제를 통해 삼성그룹의 최고 기술을 평가하는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기술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는 등 동문들의 활약이 뛰어나다.

강의실에서 배운 것과 현장에서 체득한 것을 곧바로 연계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김씨는 "회사에서 배우던 것을 책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어서 아무래도 이해가 잘 됐다"고 말했다.

어려운 성장과정을 거친 사람들이 대부분인 탓에 동문들 사이의 우애도 돈독하다.

김씨의 학부 동기 32명은 졸업을 앞두고 작년 말 한 동료의 어머니가 연탄가스 중독으로 쓰러지자 해외로 졸업여행을 가기 위해 매달 3만원씩 모았던 돈 가운데 300만원을 입원비에 보태주고 국내여행으로 대체했다.

(삼성전자 공과대학을 수석 졸업한 김도영 대리)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