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6.5% 수정발표에 `하반기 반등' 비관론 대두

미국 경제가 침체(Recession)에서 불황(Depression)으로 치닫고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작년 4.4분기 GDP 성장률이 -6.2%를 기록해 지난 1982년 이후 최악의 분기 성장률을 나타냈다는 미 상무부의 수정치 발표가 비관론에 불을 지폈다.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지난달말 발표된 추정치 -3.8%를 훨씬 밑도는 수치가 현실화되면서 미국의 주요 언론과 경제전문가들은 향후 미국 경제에 대한 공포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올 1.4분기 성장률 역시 지난해 4분기와 비슷한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지난 1940년대 말 이후 처음으로 두 분기 연속 `5% 이상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CIBC 월드마켓의 메니 그라우맨 이코노미스트는 "전례없이 어마어마한 규모의 경기부양 및 금융구제으로 인해 올 하반기에는 완만한 경기 회복이 이루어질 것으로 믿어왔지만, 점차 그 가능성이 희박해 지고 있다"면서 "현 시점에서 볼 때 올 하반기와 내년 초까지도 경기 침체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28일 1면 머리기사로 "GDP 수정발표로 인해 경제전문가들 사이에 올 하반기 반등 전망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GDP 수정치 외에도 실업률이 지난해 12월 7.2%에서 1월엔 7.6%로 늘었고, 2월들어서도 매주 60만명 이상이 신규 실업수당을 신청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세계적 경제위기의 여파로 수출이 연율 기준으로 24%가 줄어드는 등 침체가 장기화되고 악화될 것이라는 징후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GDP 수정발표는 오바마 행정부의 경기 전망과 일반 미국인들의 일상생활간의 불일치를 극명하게 보여주면서, 향후 오바마 행정부의 경기부양 등 지출계획에 차질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신문은 특히 "경제학자들은 미국 경제의 운이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 지금 경제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해 묘사하도록 압박받고 있으며, 지난 1930년대 대공황(Great Depression) 이후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꺼려왔던 용어인 `불황'(Depression)이란 단어가 먼지를 털어내고 있다"며 현 경제위기가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경제학자들은 현 경제위기는 실업률이 25%에 달했던 30년대 대공황이나, 실업률이 10%를 초과했던 1980년대 초의 쌍둥이 침체기보다는 덜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경제학자들은 실업자의 증가를 수반한 광범위한 불경기를 불황으로, 불황보다는 완만하면서 일시적 경기후퇴를 가리킬 때는 침체로 표현하면서, GDP가 2분기 이상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 침체, GDP가 10% 이상 쇠퇴하면 불황으로 그 경계를 삼아왔다.

무디스닷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잔디는 `완만한 불황' 가능성을 3개월전 15%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

그는 오는 2011년 말까지 실업률이 10.5%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이미 27%가 폭락한 평균 주택 가격은 추가로 20% 하락할 뿐 아니라, 금융시스템에서의 손실은 현 수준보다 3배 이상인 3조7천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시전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알렌 시나이 역시 1주일전 `유사 공황 가능성'을 15%라고 전망했다가 이제 20%로 상향 전망했다.

그는 "주택시장, 금융시스템, 주식시장에서 우리는 이미 그 수준에 도달해 있다"며 "이것은 불황"이라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