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나누기' 일환..신규채용 확대 여부 주목

산업팀 = 포스코에 이어 삼성전자 노사가 27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올해 전 직원의 임금을 동결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산업계 전반으로 임금 동결 움직임이 확산될 전망이다.

주요 기업들의 직원 임금 동결조치는 새해 들어 개별적으로 노사 합의 등을 통해 이뤄졌지만, 지난 25일 30대 그룹 채용담당 임원들이 대졸 신입사원의 연봉을 최고 28%까지 차등 삭감하고 기존 직원도 수년간 임금을 동결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확산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분위기다.

이같은 대졸초임 삭감과 기존 직원 임금 동결 조치는 경제위기에 따른 고통분담과 일자리 나누기 차원을 명분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3월중 발표될 주요 대기업의 신규 채용계획에서 '잡 셰어링'의 사회적 합의정신이 얼마나 반영될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27일 노사협의회를 갖고 올해 전 직원의 임금을 동결하고 성과급 상한선을 축소하기로 했다.

PS(Profit Sharing, 초과이익분배금) 상한선은 연봉의 최대 50%에서 30%로 축소하고, PI(Productive Incentive, 생산성격려금)는 월 기본급의 최대 300%에서 200%로 줄이기로 했으며, 하계와 동계 휴가를 각각 1~2주씩 확대 실시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임원들은 지난달 급여를 10-20%씩 삭감하고 직급에 따라 성과급을 전액 또는 일부 반납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임직원들의 사기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건강검진과 학자금, 경조사 등의 복리후생은 줄이지 않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임금 동결조치는 각사의 경영실적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경제위기 극복과 고용안정에 동참한다는 것이 삼성의 기본 방침인 만큼 삼성 계열사들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포스코는 지난 17일 직원 대의기구인 노경협의회와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을 자발적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통상 임금협상이 매년 6월에 있지만 세계적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부족으로 유례없는 감산에 들어가는 등 회사가 어려움을 겪자 이를 훨씬 앞당겨 동결하기로 했다는 게 포스코측 설명이다.

포스코 임원들은 앞서 지난달 연봉의 10%를 자진 반납하기로 한 바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작년 말 관리직 직원에 대해 임금동결을 실시했고, 지난달 임원들도 급여 10%를 자진 삭감키로 하는 등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태이다.

그러나 현대.기아차그룹은 생산직 근로자 등의 임금과 관련해서는 노조와 협상을 남겨두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의 경우, 다음달 임금 및 단체협상 요구안을 확정하는 등 올해 노사협상을 조기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설립 이래 처음으로 올해 임금인상안을 회사측에 위임했고 STX그룹 내 STX에너지와 STX엔진(용인사업장), STX엔파코 등 3개사 노조는 임금 동결을 선언했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현대백화점과 계열사 임원들이 경기불황에 따른 고통 분담과 위기 극복 차원에서 임금을 동결하고, 올해 연봉의 10%를 자진 반납하기로 지난달 중순 합의한 바 있다.

또 현대백화점 과장급 이상 간부들도 경영위기를 타개하는 데 동참한다는 취지에서 `임금동결 결의문'을 통해 자율적으로 올해 임금을 동결하기로 선언했다.

과장급 이하 일반 사원들은 임금 협상이 상반기 진행될 예정이어서 동결 여부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일반직 노조와는 임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그러나 조종사 노조와는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임금을 동결했던 아시아나항공은 4월께 노사가 임금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항공업계는 지난해 임금을 동결했기 때문에 올해는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져 막판까지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한편 STX팬오션은 사무직 노조와는 임금을 동결하기로 했고, 해상 노조와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다음달 노사 임단협을 앞두고 있는 LG전자나 LG디스플레이 등 LG의 전자 계열사도 삼성전자의 임금 동결 결정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이미 LG전자는 2007~2008년 2년 연속 임금을 올리지 않았고, LG디스플레이의 경우 2007년 동결에 이어 작년에는 5% 인상된 바 있다.

올해 경영.경기 상황이 최근 2년보다 더 나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임금 동결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들 회사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임단협 협상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결코 임금 상승 폭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강조하고 있다.

같은 전자업계고 경영환경이 나쁜 것도 마찬가지지만, 노조가 없는 삼성전자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설명이다.

SK그룹의 주요 계열사들도 노사가 올해 임금을 동결하거나 인상하더라고 최소화하는 쪽으로 원만하게 합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관계자는 "경제위기 극복에 힘을 모으자는 전체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주요 관계사들 노사 간에 올해는 임금을 묶어두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 계열사들은 계열사별로 하반기에 임금협상을 벌인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