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하위 30%가구중 55%가 '적자'

정책팀 =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2008년 4분기 가계수지 동향은 고물가 상황에서 밀어닥친 경기침체 여파가 서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산 디플레이션 상황이 발생하자 실질소득이 줄었으며 이로 인해 소비는 급속히 냉각됐다.

불경기가 저소득층에 더욱 타격을 가하면서 저소득층 중 적자자구는 55%까지 치솟은 반면 고소득층은 적자가구가 오히려 줄어들었다.

◇ 실질소득 감소..자산디플레이션 영향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 가구(2인 이상)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334만9천원으로 전년 동기와 견줘 2.3% 증가했지만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 소득은 2.1% 감소했다.

실질소득만 보면 분기 기준으로 유일하게 마이너스였던 2005년 3분기(-0.2%)보다 감소 폭이 커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

소득 항목별로 보면 근로소득은 4.6%, 이전소득은 13.3% 증가했지만 사업소득은 2.6%, 재산소득은 8.7% 각각 감소했다.

연간 기준으로 봐도 월평균 소득이 337만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질로 따지면 0.2% 감소했다.

전국 가구의 소득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연간 기준으로 실질 소득이 감소하기는 처음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사업소득은 사업체 경영으로 거둔 소득이, 재산소득은 부동산 임대소득, 예금 이자, 주식 배당금, 펀드 수익 등이 해당된다"며 "장사가 잘 안 되고 자산 디플레이션으로 수입이 줄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 금융위기 여파로 실질소비 줄어


금융위기의 여파로 각 가정의 씀씀이가 위축되면서 지난해 전국가구의 실질소득이 경기침체가 가속된 4분기는 물론 연간치마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작년 4분기 전국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224만9천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4% 증가했지만 실질로는 3.0%나 줄었다.

연간 기준으로는 229만원으로 전년대비 3.6% 증가했으나 실질로는 1.1% 감소했다.

4분기만 볼 때 교육비는 9.3%, 식료품이 4.6%, 보건의료가 3.9% 증가하는 등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자녀교육이나 식품구입에 들어가는 비용은 줄이지 못한 반면 교양오락은 8.1%나 줄었고 의류신발이 -3.7%, 가구가사 -3.6% 등을 기록, 내구재 소비는 많이 감소했다.

연간 기준으로 봐도 교양오락(-2.2%), 통신비(-1.5%) 등은 감소세였다.

이에 비해 소비주체의 의지와 무관하게 나가는 비소비지출의 경우 4분기에 월평균 42만6천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3% 증가했다.

연간 기준으로 하면 45만원으로 전년대비 7.4%나 늘었다.

4분기 비소비 지출 중에서는 조세가 5.6% 감소, 정부의 감세정책이 영향을 준 반면 공적연금과 사회보험료는 각각 2.7%와 12.1%가 증가했다.

◇ 소비성향 2003년 이후 최저


사회보험료 등 비소비지출 부담이 늘면서 4분기 전국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소득-비소비지출)은 292만3천원으로 전년 4분기 대비 2.3% 증가에 그쳤다.

전 분기인 3분기(4.8%)는 물론 전년 4분기(3.1%)에 비해서도 증가율이 둔화됐다.

지출을 줄이는 움직임도 두드러졌다.

경기침체로 소비를 줄이면서 4분기 흑자액(처분가능소득-소비지출)은 67만4천원으로 전년 동기(63만9천원)보다 5.4% 증가했다.

흑자율(흑자액/처분가능소득)은 전년 4분기보다 0.7%포인트, 전 분기인 3분기보다 0.6%포인트가 각각 높아진 23.1%였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가계가 지갑을 닫고 미래에 대비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처분가능소득에 대한 소비지출의 비율인 평균소비성향은 전년 4분기 (77.6%) 대비 0.7%포인트 하락한 76.9%로 3분기(77.5%)에 이어 2003년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작년 1분기(81.8%) 이후 9개월만에 5%포인트 가까이 낮아졌다.

전국 기준으로 지난해 연간 월평균 가처분소득은 291만9천원으로 4.1%, 흑자액은 62만9천원으로 5.9% 각각 증가했고 흑자율은 21.5%로 0.3%포인트 상승한 반면 평균소비성향은 78.5%로 0.3%포인트 하락했다.

◇ 저소득층 55% 적자에 '허덕'

경기 침체 속에 실질소득이 줄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4분기 전국가구 중 적자가구의 비율은 28.9%로 전년 같은 기간의 29.0%에 비해 다소 개선됐다.

그러나 소득분위별로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

하위 30%인 소득 1∼3분위 중 4분기에 적자가 난 가구의 비율은 55.1%로 전년 같은 기간의 53.5%에 비해 1.6%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4분기 기준으로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적자가구 비율은 소득과 지출의 수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적자가구 비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해당 기간에 벌어들이는 소득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출한 가구가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산층에 해당하는 소득 4∼7분위의 적자가구 비율은 같은 기간 23.0%에서 23.1%로 0.1%포인트 높아졌다.

상위 30%에 해당하는 고소득층인 8∼10분위의 적자가구 비율은 이 기간 12.4%에서 10.4%로 낮아졌다.

경기 침체 상황에서 저소득층이 직격탄을 맞은 반면 고소득층은 살림살이가 더 나아졌다는 의미다.

지난해 연간 적자가구 비율은 29.4%로 2007년의 28.9%에 비해 0.5%포인트 상승했다.

(서울=연합뉴스) 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