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 물가가 고공비행을 지속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급상승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잡셰어링 분위기 확산이 임금 동결 및 삭감으로 연결되고 있어 봉급 생활자들의 살림살이는 더욱 각박해질 것으로 보인다.

◇ 먹을거리 물가상승률 3배 높아
26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먹을거리 등 연초 생활필수품의 가격 상승률이 일반 품목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월 식료품의 전년동월대비 가격 상승률은 10.5%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3.7%의 3배 가까운 수준을 기록했다.

곡물 가격이 10.3%, 육류가 14.1% 상승률을 기록했고 낙농품과 유지류는 23.9%, 24.1% 급등했다.

먹을거리 가격 상승 여파로 서민들이 자주 애용하는 외식 품목들 역시 가격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크게 넘어섰다.

삼계탕(9.2%), 김치찌개백반(8.0%), 돼지갈비(8.9), 삼겹살(11.6%), 죽(10.0%), 라면(12.7%) 등이 전년동월대비 10% 전후의 상승률을 보였으며 김밥(21.6%), 아이스크림(25.0%)은 20% 선을 훌쩍 넘어섰다.

주거 및 수도.광열비는 2.6%로 평균에 다소 못 미치는 듯 했지만 하부 항목인 주택설비수리비는 9.9% 상승률을 기록했다.

가사용품 소모품도 11.5% 올랐다.

◇ 널뛰는 환율..물가 불안 부채질
최근 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또 다른 물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석유류 및 곡물 등 수입품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원화 가치 하락이 물가 상승으로 직결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환율이 10%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0.8%포인트 상승한다.

이는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올라가는 소비자물가 0.2%의 4배나 된다.

그만큼 환율 상승은 물가에 무차별적인 영향을 준다.

원.달러 환율은 25일 종가 기준 1,516.00원으로 이달 저점인 1,378.50원보다 10.0% 상승했다.

단순 환산하면 1월 소비자물가인 3.7%가 4.5%까지 오를 만한 요인이 생겼다는 의미다.

다만 여기에는 몇가지 가정이 있다.

우선 환율 상승이 물가로 연결될 때까지 1~2분기 정도의 시차가 있다.

그동안 물가상승률이 내려가면 환율 상승분이 상쇄될 수 있다.

또 그동안 환율이 내려가게 되면 물가 상승 요인이 그만큼 사라질 수도 있다.

연초에 물가를 올리는 업계의 동향, 지난해 눌러뒀던 물가 상승 요인이 분출되는 양상, 지난해 특수 상황에서 인하폭을 늘렸던 각종 유류세의 정상화 등도 향후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 임금은 동결 혹은 삭감
문제는 물가는 오르는데 임금은 동결되거나 내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는 최근 전체 대표자회의를 열고 노동계는 기업의 경영여건에 따라 임금동결.반납 또는 절감을 실천하고 경영계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자제하기로 했다.

일자리를 가급적 유지하는 대신 급여를 올리지않거나 삭감하는데 동의한 것이다.

30대 그룹은 향후 수년간 기존 직원의 임금을 동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잡셰어링 차원에서 신입 직원에 대한 임금 삭감폭은 더욱 크다.

30대 그룹은 대졸 신입사원의 연봉을 최고 28%까지 차등 삭감하기로 했다.

공기업 역시 대졸 초임을 최대 30% 낮추기로 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환율이 오르면서 경제주체들에게는 또 다른 타격이 될 수밖에 없을 듯 하다"며 "특히 잡셰어링 등 영향으로 임금이 동결.삭감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가계의 소비 위축은 더욱 심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