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잇따라 회사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 향후 자금시장 상황이 불확실해질 가능성에 대비해 자금을 확보해 놓으려는 포석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국내 기업들이 발행하는 채권 규모는 8조4000억원 수준으로 작년 12월 7조624억원, 지난 1월 6조6849억원을 크게 웃돈다. 작년 2월(3조1782억원)에 비해서는 2.6배 수준이다. 이 가운데 금융채를 제외한 회사채는 이달 들어 발행된 것만 4조3710억원에 달해 지난해 12월(2조550억원)과 지난 1월(3조6600억원)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이달에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 대부분은 신용등급 'A0' 이상의 대기업과 신용도가 높은 한전 자회사 및 산은캐피탈 등 공기업들이다. 특히 SK㈜를 비롯 SK텔레콤,SK네트웍스,SKC 등 SK 계열사가 모두 5700억원을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해 눈길을 끌었다.

신형 항공기 도입을 준비하는 대한항공도 회사채 발행으로 5000억원을 조달했고,KTF와 합병을 준비하는 KT는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내달 5일에는 현대차가 2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줄줄이 발행에 나서면서 이번 주 회사채 발행 예정 규모는 3조6550억원으로 2001년 12월 둘째주 이후 7년2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 팀장은 "회사채 발행이 급증하는 것은 당장 자금이 필요한 회사가 늘어서가 아니라 향후 금융시장이 불확실해질 것으로 예상한 대기업들이 미리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수익성 악화를 의식, 현금흐름 악화를 막기 위한 일부 수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 팀장은 "회사채 발행이 급증하고 있지만 신용등급이 BBB급 이하인 중견 · 중소기업의 채권 발행은 여전히 거의 이뤄지지 않아 차별화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준/강지연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