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이 25일 대졸 신입사원의 초임을 최대 28%까지 삭감하고 기존 직원의 임금도 조정하기로 해 재계와 노동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날 30대 그룹 임원들의 회의를 주선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심각한 고용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을 회복하기 위해 임금 하향 안정화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기존 직원의 임금 동결을 위한 노사합의 등 예상되는 과제도 많다.

◇사회적 분위기가 삭감 이끌어

30대 그룹 채용 담당 임원들이 회의를 마친 뒤 정병철 전경련 부회장은 성명을 발표, "고용 안정과 일자리 나누기.지키기에 경제계가 앞장서야 한다."면서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일자리가 20만개 줄어들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며 재계가 위기 의식을 공감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정부와 공기업이 주도하는 일자리 나누기(잡셰어링)를 더 외면할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돼 기업들도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고통 분담 차원에서 대졸 초임 삭감과 기존 직원의 임금을 동결한 재원으로 일자리를 나누고, 고임금 구조를 개선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전략인 셈이다.

전경련이 기업들의 올해 채용 계획에 관한 최근 조사 결과도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이러한 방안을 주선하게 된 하나의 동기였다.

전경련은 최근 매출 기준 40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응답한 296개사중 올해 채용 계획이 있는 기업은 50.3%(149개사)에 지나지 않았다.

또 채용 계획을 확정한 149개사의 올해 채용 계획 인원은 1만2천234명으로 작년(2만1천685명)에 비해 43.6%나 줄었다.

◇걸림돌은 없나

기존 직원들의 임금 조정이 문제다.

이날 30대 그룹 임원 회의에서 기존 직원들의 임금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는 후문이다.

'깎아야 한다.'와 `동결이면 된다.' 등 의견이 분분해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성명 발표문에는 `조정'이라는 표현을 썼다.

신입 사원과의 임금 격차를 해소하고 고통도 분담하기 위해 앞으로 수년간 기존 직원의 임금을 조정한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깎인 월급을 받아야 하는 대졸 신입 사원과 달리 기존 직원들의 월급은 노사 합의 사항이다.

재계는 이번 발표에 노동계와 사전 교감을 충분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각 기업별로 문제점들이 불거질 수 있다.

각 그룹도 계열사별로 대졸 초임이 달라서 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진통도 예상된다.

어느 한 계열사만 많이 깎으면 채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삭감된 대졸 초임을 나중에 환원할지, 재원으로 어느 정도의 신규 및 인턴을 채용할지 등은 그룹별로 고민해야 할 숙제다.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