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은행 국유화에 대한 논란이 거센 가운데 세계 각국에서 은행 국유화와 정부의 은행 지분 매입이 확산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최근 파산시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는 민간 은행의 통제권을 정부가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4위 은행인 하이포리얼에스테이트(HRE)를 국유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페어 슈타인브뤼크 독일 재무장관은 24일 "HRE의 장기적 안정성을 위해선 정부가 적어도 90% 이상 지분을 인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독일은 올초 2위 은행인 코메르츠방크에 구제금융을 지원하면서 은행 지분 25%+1주를 매입한 적이 있지만,지분을 90% 이상 사들이며 국유화하는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프랑스 정부는 케스 데파르뉴와 방크 포퓔레르의 합병으로 탄생하는 새로운 대형 은행에 최대 50억유로(64억달러)를 투입하고 지분 20%를 확보할 방침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우선주 형태로 20%의 지분을 인수한 뒤 추후 이를 보통주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했다. 프랑스 정부가 은행 지분 매입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된다면 사실상의 국유화를 의미한다.

특히 프랑스 정부는 합병은행의 최고경영자(CEO)로 엘리제궁의 경제담당 비서실 차장인 프랑수아 페롤(45)을 파견,은행 경영에도 직접 간여토록 할 방침이다. 이들 두 은행은 26일 합병 선언을 할 것으로 전해졌으며,합병이 성사될 경우 크레디 아그리콜에 이어 프랑스 2위 은행이 된다.

카자흐스탄 정부도 이달 초 1위 은행인 BTA와 4위 은행 알리안스를 국유화하기로 결정했다. 카자흐스탄 국부펀드인 삼룩카자나가 BTA에 20억7000만달러를 지원하는 대가로 은행이 발행한 신주를 인수해 78%의 지분을 확보키로 했다. 카자흐스탄은 이와 함께 런던에 상장된 알리안스의 지분 76%도 인수할 계획이다.

미국에선 씨티그룹을 사실상 국유화하는 방안이 구체화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정부가 씨티그룹 지분 최대 40%를 확보하는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