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24일 "미국이 올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려면 금융시장 안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 노력이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 장기 침체에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상원 금융위원회에서 "경기침체 악순환 고리를 끊으려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조치와 더불어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부와 의회 중앙은행이 취한 조치가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성공해야만 경기침체가 올해 끝나고 2010년부터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며 "경제가 광범위하게 회복하는 데는 2~3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올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좋아질 것이란 당초 전망에서 크게 후퇴하는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수백만명의 일자리를 앗아간 경기침체로부터 미국을 구해내기 위해 활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제로금리 상태에서 전통적인 통화정책은 더 쓸 수 없기 때문에 국채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증권의 매입을 통해 통화 공급량 자체를 늘리는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은행 국유화와 관련,"경제가 더 악화돼 금융사에 더 많은 추가 손실이 일어날 때나 가능할 것"이라며 "필요 없는 상황에서 은행 국유화를 공식화해 법적으로 엄청난 불확실성을 불러일으킬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경제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민간 연구기관인 컨퍼런스보드는 이날 2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전월의 37.4(수정치)에서 25로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 지수가 산정되기 시작한 1967년 이후 최저다. 작년 12월 대도시 주택 가격도 사상 최대폭 떨어졌다. 미국 20개 대도시 지역의 주택 가격을 반영하는 S&P케이스실러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8.5% 하락,2001년 이 지수가 발표되기 시작한 이래 최대 하락폭을 보였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