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에 사는 김모씨(45)는 2007년 초 10여년간 근무한 중소 무역회사가 부도나 직장을 잃었다. 여기저기 이력서를 보내며 직장을 구하려고 했으나 오라는 곳이 없었다. 발을 동동 구르는 중에 1억원 미만의 창업자금으로 월 순익 최소 600만원을 보장한다는 광고가 눈에 띄었다. 다름아닌 배달형 치킨전문점 창업.이거다 싶었다. 점포는 가맹본사로부터 추천받고 그해 8월 9000만원을 들여 33㎡(10평) 규모로 장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랐다. 개업 직후부터 매출이 저조했다. 주변에 치킨전문점이 4곳이나 있었다. 족발이나 보쌈 등 배달 업종 점포들이 많아 경쟁도 치열했다. 아이들 교육비나 대출이자,생활비 등을 충당하려면 적어도 한 달에 300만원은 벌어야 했지만 절반인 150만원을 넘기기 힘들었다. 전단지 배포도 늘리고 상가 책자에 광고도 내는 등 열심히 홍보도 해봤지만 경기가 나빠지면서 매출은 오히려 더 감소했다.

김씨는 견디다 못해 최근 권리금도 포기한 채 점포를 내놓았다. 그렇지만 불황 탓인지 가게를 보러 오는 사람도 없다. 그는 "급한 마음에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시작한 게 잘못이라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명예 · 조기퇴직자를 비롯해 실직자,청년실업자,주부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창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대부분 특별한 지식이나 기술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외식업이나 소매업 서비스업 등 소자본 창업에 관심을 가진다. 하지만 장사 경험이 없는 초보 창업자들이 요즘 같은 불황에 성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창업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살 생각을 하고 있던 50대 이상 전문직 샐러리맨들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자료에 따르면 2007년에 폐업한 84만8062명의 자영업자 가운데 43%가 창업한 지 2년도 안 돼 사업을 접었다. 특히 포화 상태인 음식업종의 경우 창업한 지 3년 이내에 문을 닫거나 업종을 변경하는 비율이 70~80%에 이른다는 게 창업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외환위기 이후 '묻지마 창업'으로 퇴직금을 날리거나 빚더미에 오르는 창업자를 무수히 보아 왔다"며 "'먹는 장사는 망하지 않는다''물 장사를 해야 돈 번다'등 시중에 떠도는 말만 듣고 뛰어들었다가는 십중팔구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많은 창업자들이 과잉 경쟁 상태인 줄 알면서도 마땅한 대안이 없어 생계형 창업에 나서는 게 현실이다. 창업전문가들은 실패를 줄이려면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쳐 창업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재희 한국창업컨설팅그룹 대표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창업하기 위해 평균 3년을 준비한다"며 "자신에게 맞는 아이템을 고르고 자금 및 운영전략을 짜는 데 최소한 1년 정도 준비해야 성공을 보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준비 기간동안 원가 · 매출관리나 점포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법률 공부 등 이론과 실무에 관한 창업 교육을 받는 게 필요하다. 창업을 희망하는 분야에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체험을 쌓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소상공인지원센터나 여성인력개발센터 등 창업전문기관을 적극 활용하는 게 좋다. 체계적인 창업 교육과 컨설팅을 받을 수 있고 창업 초기 빠듯한 운영자금도 싼 이자로 빌릴 수 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