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영 삼성硏 소장 "경기회복 U자형 예상"

삼성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3월 경제위기설'이 실제로 나타날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전망했다.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은 25일 서초동 사옥에서 열린 수요 사장단협의회에서 최근 경제동향과 전망을 설명하면서 "3월 위기설이 불거지고 있지만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밝혔다.

3월 위기설은 국내에 유입된 엔캐리 자금(낮은 금리로 유입돼 각종 자산에 투자된 일본계 자금)이 3월께 한꺼번에 본국으로 돌아갈 가능성과 이 시기에 외국인 배당송금이 집중된다는 점, 동유럽발 금융불안으로 외국인이 주식과 채권을 매도한 후 이탈할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시나리오.
그러나 설사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된다 하더라도 우리 정부의 외환 공급능력으로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 삼성경제연구소의 결론이다.

정 소장은 "모든 일들이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을 가정할 때 3월 전후 달러화 수요를 전부 합하면 250억 달러 정도인데 정부의 달러화 공급 여력은 1천215억 달러에 달한다"며 "250억 달러가 일시에 이탈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고, 설사 최악의 경우 일시에 이탈한다 해도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산출한 3월께 달러화 수요 250억 달러는 ▲2∼3월 만기 단기외채 104억 달러 ▲외국인 주식배당 송금액 20억 달러 ▲채권 20억 달러 ▲외국인 주식 순매도 예상액 약 100억 달러를 합한 규모다.

현재 정부 외환보유고 2천17억 달러 가운데 3월 중 가용 외환 규모는 1천215억 달러이며, 이는 ▲외화유동성 지원 가능액 165억 달러 ▲한미, 한중, 한일 스와프 가용액 약 298억 달러 ▲단기 가용외환보유고 751억 달러 등으로 구성된다는 게 삼성측 설명이다.

경기회복 전망과 관련, 정 소장은 "경기흐름은 U자형이 될 가능성이 60% 정도로 가장 높다"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하반기에 다소 진정되고, 상반기에 집행하는 경기부양정책의 효과가 하반기에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소장은 환율 전망에 대해 "상반기에는 환율 불안이 계속되겠지만 하반기 들어 하락할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대외적으로 금융시장이 안정추세로 가고 내부적으로는 외화 조달여건이 나아지며, 무역흑자가 49억 달러 정도로 확대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최근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데 대한 우려와 대책 마련의 시급성이 논의됐다고 삼성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미국과 프랑스 등이 자국산 제품 구매를 의무화하거나 독려하고 있고, 일본과 러시아 역시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는 등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런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우려가 있으므로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억제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밝혔다.

회의에서 삼성 사장단은 덤핑, 담합 등 무역보복을 당할 소지가 있는 관행을 사전에 제거하고, 무역장벽을 우회할 방법을 적극 모색하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