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來 최악..외채지급능력에 부담

유동외채를 외환보유액으로 나눠 계산하는 `유동외채비율'이 10년만에 최악의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외환보유액이 유동외채에 비해 더욱 빠르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 유동외채비율 급상승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유동외채 비율은 지난해 말 현재 96.4%로 전년말의 77.8%에 비해 18.6%포인트 올라갔다.

유동외채는 단기외채에다 남은 만기가 1년 이내인 장기외채를 합한 것이다.

작년말의 유동외채 비율은 지난 1998년의 157.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비율은 2004년 38.6%까지 떨어졌으나 2005년 41.1%, 2006년 56.1% 등으로 계속 올라가 작년에는 100%에 근접했다.

이 비율이 100%를 넘으면 유동외채가 외환보유액보다 많다는 뜻으로 그만큼 외채에 대한 대외지급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나타낸다.

한은 관계자는 "유동외채 비율이 많이 올라갔지만 여전히 100%를 넘지 않고 있는 만큼 대외지급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외환보유액 급감 영향
유동외채 비율이 상승한 것은 외환보유액이 유동외채보다 훨씬 빨리 줄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은 작년말 현재 2천12억2천만 달러로 전년말의 2천622억2천만 달러에 비해 23.3% 줄어든데 비해 유동외채는 2천339억9천만 달러에서 1천939억6천만 달러로 4.9% 감소하는데 머물렀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1997년말 88억7천만 달러에서 2000년 962억 달러, 2003년 1천553억5천만 달러, 2006년 2천389억6천만 달러 등으로 계속 늘어나 2007년에는 2천600억 달러를 넘었다.

그러나 외환보유액은 작년에 외환시장 안정에 투입되면서 감소세로 돌아섰다.

유동외채가 감소세를 보인 것은 2000년의 -15.7% 이후 처음이다.

유동외채는 1997년 863억3천만 달러에서 2001년 593억4천만 달러로 줄었으나 2002년 672억5천만 달러, 2003년 713억2천만 달러, 2004년 768억6천만 달러, 2005년 864억1천만 달러, 2006년 1천340억6천만 달러 등으로 증가세를 지속했다.

◇ 유동외채 비율 곧 100% 넘을 듯
유동외채 비율은 조만간 100%를 넘을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도 외환보유액이 2천억 달러 아래로 내려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은과 재정부는 원.달러 환율이 지나치게 급등하는 것을 막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높은 환율은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리는데 부담을 줄 뿐 아니라 물가불안을 초래하고 기업들의 설비투자를 늦추는 등 각종 부작용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고위관계자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시장 개입 여부는 그 필요성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라면서 "외환보유액이 2천억 달러 아래로 내려올지 여부는 개입에 있어서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 시점은 속단하기 어렵다.

환율의 상승압력이 높은 때보다는 환율이 어느 정도 고점에 도달했다고 판단했을 때 개입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쪽에서는 고환율을 용인하는 듯한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위기관리대책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이럴 때일수록 수출 분야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환율 문제를 발전에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고환율에 따른 가격 경쟁력을 이용해 수출을 촉진하고 이로 인해 경상수지 흑자폭을 늘려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선순환의 구도를 만들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기자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