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TFT-LCD 보정 새시부품을 생산하는 인지디스플레이(대표 이경주).이 회사는 2002년 225억원이었던 적자를 5년 만인 2007년 누계 339억원의 흑자로 돌려놓는 저력으로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경영혁신을 통해 이 기간 무려 525억원의 원가를 절감한 덕분이다. 뿐만 아니라 회사는 고객의 요구에 즉시 대응하기 위한 '속도 실천 선언문'을 선포하고,동종 중소기업 간 협업을 통해 금속 원자재 규격 표준화를 실현하는 등 창의적 중소기업으로서 확고한 위상을 쌓아가고 있다.

#사례2.삼영필텍(대표 구경회)은 산업용 폐윤활유를 재생하는 오일정화기 제조 업체.기존 필터방식으로는 불가능한 폐윤활유 속 초미세 입자까지 제거하고,이중진공 챔버로 폐윤활유속에 함유된 수분을 빠른 시간에 완전 분리배출할 수 있는 이중진공-전기흡착 방식의 '오일플러스' 장비를 개발,국내외 기업으로부터 잇달아 '러브콜'을 받고 있다. 구경희 대표는 "고유가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현재 연간 3000억원 정도인 폐윤활유 재생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기술과 경영혁신.이는 불황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성장을 이끌어주는 두 중소기업의 공통점이다. 그러나 밑바탕에는 보다 강력한 추동력이 깔려 있다. 바로 상생협력(相生協力)이다. 어려울수록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이 어느 때보다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는 까닭이다. 인지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및 동종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경영혁신을,삼영필텍은 한국중부발전과의 구매협력을 계기로 성장의 날개를 달았다.

상생협력의 산파역할은 대 · 중소기업협력재단이 맡았다. 상생협력 전담기관으로서 △협력사업 알선 · 지원 △상생협력 인프라구축 △신뢰관계 조성을 위한 기술 · 인력 · 판로 · 공정거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멍석'을 깔아준 것이다.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지원 사업이 성공적인 인프라 구축의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 이 제도로 지난해 70여개의 구매기업이 참여해 530여억원의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대기업 전문인력을 활용한 중소기업 경영자문 사업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가 상생하는 윈-윈 협력모델로 자리매김했다. 재단은 500만원 한도 내에서 자문비용의 75%를 지원한다. 재단 관계자는 "경영,회계,기술,마케팅 등 각 분야의 대기업 경영자문위원 160여명이 자문을 수행 중이며 600건이 넘는 자문실적을 올렸다"고 소개했다.

중소기업 간 핵심역량을 활용한 중소기업 간 협업지원도 활성화하고 있다. 기업 간 협업은 연구개발,제조,마케팅 등 특화된 기업들이 자금과 위험을 분담해 제품생산 및 판로개척을 위해 상호 협력하는 시스템이다. 재단 측은 "중소기업 간 협력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판로개척이다. 재원을 마련해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생산한다 해도 막상 제품을 구매해주는 곳은 많지 않은 탓이다. 재단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매년 대 · 중소기업 구매상담회를 개최,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사전검토를 통해 해당 제품이나 기술을 필요로하는 대기업과 연결해주고 있다. 제품납품,기술협력,협력사등록 등 실질적인 협력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재단의 몫이다. 2006년부터 6회에 걸쳐 개최된 이 상담회는 그동안 2179개 중소기업이 참여해 80억원의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삼영필텍의 경우 지난해 6월 중소기업청과 대 · 중소기업협력재단이 주최하는 상생협력 박람회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매출 신장에 물꼬가 터졌다. 구매상담 과정에서 삼영필텍의 기술가치를 확인한 한국중부발전이 기존 수입제품 대신 삼영필텍 제품으로 교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외에서 주문이 몰린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참가한 두바이 전시회에서만 110만달러어치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소개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결실도 적지 않다. 중소기업 매출신장에 기여하는 협력사등록,홈쇼핑 입점 등이 그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대 · 중소기업 간 호혜적인 신뢰관계 조성을 위해 우수 협력사례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보급하는 한편,분쟁의 자율적 조정 및 기술유출 방지에도 힘쓰고 있다. '수 · 위탁분쟁조정협의회'를 설치해 수 · 위탁거래에서 발생하는 각종 애로사항이나 분쟁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재단은 그동안 3년간 107건의 분쟁조정과 120건의 법률자문을 지원했다.

지난해에는 '기술자료임치제도'를 도입했다. 대 · 중소기업 협력과정에서 중소기업 핵심기술유출이 빈발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중소기업이 재단에 설계도면,소스코드,매뉴얼 등 기술자료를 맡겨두면 대기업 납품 시 발생할 수 있는 기술탈취를 사전에 방지하고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재단은 올해부터 대 · 중소기업 상생협력이 중견기업,2~3차 협력사에 걸쳐 활성화되도록 상생협력문화 전파에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대 · 중소기업 상생협력의 재도약을 위한 한국형 상생협력모델 구축과 상생협력문화 조성,전파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상생협력의 각계 전문가를 총망라한 대 · 중소기업 상생협력포럼을 구성,기업뿐만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상생협력의 필요성을 알릴 계획이다. 안병화 사무총장은 "기업 간 상생협력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사회전반으로 확산됨에 따라 앞으로도 기업 스스로가 자율적으로 협력하도록 유도하고 기업 간 협력이 활성화되도록 중개자의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