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특허분쟁이 맞소송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 업체들이 특허 침해를 이유로 잇달아 삼성전자,LG전자,하이닉스반도체 등을 상대로 걸핏하면 소송을 내자 견디다 못한 해당 업체들이 맞소송이라는 정공법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맞소송으로 대응 전략을 바꾼 것은 최근 경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세계 경기가 동반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면서 각국 정부들이 자국업체를 선(先)보호하려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어서다. 맞소송을 무기로 적극 대항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LG전자,"코닥에 밀릴 수 없다"

LG전자에서 휴대폰 사업을 맡고 있는 MC사업본부 특허담당 부장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변호사를 통해 미국 연방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소재 연방법원에 소장을 냈다. 소송 상대방은 지난해 11월 LG전자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냈던 이스트만 코닥.이 회사는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카메라폰을 만들면서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수입을 금지시켜 달라는 소송을 냈었다.

처음 코닥의 소송 사실을 접했던 당시 LG전자는 크게 당황했다. 수출하는 휴대폰의 대부분이 카메라 기능을 내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송 내용을 검토한 LG전자는 "기술면에서 코닥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내부 보고서가 올라오자 미국 변호사를 통해 "소송을 취하하라"는 요구를 전달했다. 코닥이 이에 응하지 않자 LG전자는 코닥의 제품 가운데 LG전자의 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부분을 문제삼기로 했다. 코닥의 소송에 정반대되는 특허 무효 소송을 내기보다 코닥을 역공하는 방향으로 대응전략을 바꾼 것이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 17일 코닥의 디지털 카메라를 걸어 역(逆)소송을 냈다. 코닥의 디지털 카메라가 삼성전자의 기술을 침해했으니 코닥이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안정적인 제품 공급을 위해 특허사건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10년 소송도 불사"

하이닉스반도체는 미국 램버스사와 8년째 D램 소송을 벌이고 있다. 하이닉스는 2000년 램버스사가 특허권을 주장할 움직임이 보이자 현지 법원에 특허 무효 소송을 냈다. 이어 램버스사 역시 특허침해 소송과 함께 미국 내 판매금지 신청을 내면서 소송은 확대됐다. 이미 유럽에서는 같은 내용의 소송이 하이닉스의 승리로 종결난 상태지만 미국에서의 상황은 여의치 않다. 이날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이 1심 판결에 앞서 램버스가 낸 판매금지 신청을 기각했지만 DDR 제품의 경우 4.25%에 달하는 손해배상금을 지불하라는 예비명령을 내려 사실상 특허침해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1심에서 패소하게 된다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항소할 예정"이라며 "10년 이상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