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와 사용자, 민간, 정부 등 경제주체가 23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합의에 도달함에 따라 임금을 낮춰 고용을 유지하는 '잡 셰어링(job sharing)'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잡 셰어링은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경제위기의 파고를 함께 뛰어넘기 위한 방법으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해 연초부터 일부 대기업과 공기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방식의 일자리 나누기가 실행됐다.

◇대기업 잡 셰어링 확산 = 노사민정 4자가 이날 '현재 있는 일자리를 나눠 고통을 분담하자'는 취지의 타협안을 내놓은 것과 동시에 한화그룹이 상무보 이상의 계열사 임원들이 자진 반납한 연봉 10%와 성과급 중 일부를 활용해 인턴사원 300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보조를 맞췄다.

한화의 이 같은 방침은 지난 18일 열린 `2009 경영전략회의'에서 김승연 회장이 '사회적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채택됐다고 한화측은 설명했다.

사실 대기업의 임원 급여 삭감 조치는 한화가 처음은 아니다.

삼성, 현대.기아차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이 임원 급여를 삭감하고 출장비 등 비용을 줄여 인력 구조조정을 자제하고 현재의 고용 수준을 유지하는 방안을 실행해왔다.

다만 한화가 이날 임원 연봉 삭감 등으로 마련된 재원으로 인턴 인력을 새로 채용하기로 한 만큼 다른 대기업들의 인력 추가채용으로 연결될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지난달 경영진과 임원들이 올해 연봉의 20% 안팎을 삭감했고, 작년 실적에 따라 지급하는 PS(초과이익분배금)도 전무급 이상은 전액, 상무급은 30%를 자진 반납했다.

현대.기아차그룹도 악화된 경영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그룹 임원들의 급여를 10% 자진 삭감하고 경상예산을 20% 이상 절감하는 초긴축 경영에 돌입했으며, STX그룹은 계열사 부상무 이상 전 임원이 올해 급여의 10%를 자진 삭감하고 대표이사 이상 사장단은 급여의 20%를 반납키로 했다.

SK그룹도 지난달 SK에너지, SK텔레콤 등 계열사별로 임원 연봉의 10~20%를 자진 반납한데 이어 SK㈜와 SK에너지의 사외이사들까지 연봉의 10%를 포기하기로 했고,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대한항공도 임원 연봉 10% 반납 조치가 이뤄졌다.

하이닉스는 작년 12월 노사가 인력 감축 대신 전체 임직원의 인건비를 줄이기로 합의했고, 우선 CEO와 임원이 각각 30%, 10~20%의 연봉 삭감을 수용했다.

여기에 무급휴직, 집단 휴무, 연차 및 휴일 근무수당 반납, 각종 복지혜택 축소 등도 함께 시행해 유휴 인력의 인건비보다도 많은 1천100억원의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모든 직원의 고통 분담 노력으로 1천700여명의 고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인건비는 오히려 더 줄었다"며 "잡셰어링으로 직원들이 고용 안정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면서 불안없이 근무에 매진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동부제철, 쌍용양회, 쌍용차, 현대백화점그룹 등도 일찌감치 잡 셰어링 대열에 참여한 기업들이다.

◇공기업 인턴 프로그램 풍성 = 지식경제부와 공기업 역시 올해 다양한 인턴 채용 계획으로 보조를 맞추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올해부터 5년간 매년 1천명의 해외인턴을 선발해 해외에 파견하는 사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한국무역협회가 주관하는 무역인력 해외인턴(300명)은 대학 3,4학년 및 졸업생 가운데 토익(TOEIC) 800점 이상 어학능력 우수자를 선발하게 되고, 플랜트산업협회가 주관하는 플랜트 인턴은 대학졸업 예정자와 졸업후 미취업자 400명을 선발해 3개월간 해외 플랜트현장 등에서 인턴으로 근무토록 한다.

또 전시산업진흥회가 맡아 300명을 뽑는 해외전시회 인턴사업은 해외 전시회에 참여하는 업체와 전시회 주관기관 등에 2개월간 파견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전 직원이 반납한 성과급 15%를 재원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하되, 신입사원의 초임 역시 15% 깎아 당초 예정했던 45명보다 더 많은 72명의 신입사원을 뽑았다.

한국전력은 최근 발전사 등 그룹사와 함께 모두 1천656명의 청년인턴을 모집하기로 했다.

한전은 특히 어려운 경제여건으로 생활이 곤란한 기초생활 수급대상자와 가구원을 최우선으로 채용하기로 하고 기초생활 수급자들에게 채용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

또 무역투자 진흥기관인 코트라(KOTRA)는 현재 30명 가량의 '신입 인턴사원'을 뽑기 위한 전형을 진행중이다.

인턴은 일정 기간 근무한 뒤 우수한 사원들의 경우 정규직원으로 채용된다.

에너지관리공단도 최근 인턴사원 채용신청을 받았고,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향후 3년간 40억원을 들여 매년 취업 대상자 100여명을 선발해 표준기술분야 전문가로 양성하는 인턴과정을 3월부터 추진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