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fK "2000년 이후 처음"..LCD TV.MP3 등 '군계일학'

세계적 '테스트 베드(시험대)'를 자처해온 한국 전자제품 시장마저 지난해 경기 침체의 여파로 성장은 커녕 오히려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전반적 불황 속에서도 LCD TV와 MP3를 비롯한 휴대용미디어플레이어, 전자레인지 등은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 눈길을 끌었다.

◇ -1.8% 위축..생활가전 18%↓
세계 5위권 리서치기관인 독일계 GfK그룹은 24일 패널로 등록된 한국내 2천100개이상의 소매점을 대상으로 매출 등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한국 전자제품 시장 규모는 13조5천290억원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이는 2007년에 비해 1.8% 감소한 것이다.

GfK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해마다 한국 시장 규모를 조사해왔으나, 2000년 이후 전년대비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유형별로는 생활가전 시장이 2조7천210억원으로 1년사이 18.2%나 위축됐고, 이동통신 시장도 전년보다 0.7% 적은 5조3천340억원에 머물렀다.

반면 TV 등 영상.음향가전, 디지털카메라를 비롯한 포토이미징, 소형가전 시장의 경우 각각 7.3%, 11.5%, 6.0% 성장했다.

실물경기 침체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지난해 4분기 상황만 보면 시장 위축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영상.음향 가전 시장도 내리막으로 돌아서 2007년 4분기에 비해 7.6% 적은 8천430억원에 그쳤고, 생활가전(6천260억원)의 전년동기대비 감소율도 12.0%에 달했다.

4분기 포토이미징 시장 성장률도 2008년 전체 성장률 11.5%의 6분의 1 수준인 1.8%로 급락했고, 소형가전(2천520억원) 규모도 2.9% 줄었다.

이동통신(1조5천940억원) 시장만 24.7%의 높은 분기 증가율을 기록했다.

GfK 관계자는 "작년 4분기 보조금 폐지와 번호이동과 관련된 공격적 마케팅의 영향으로 성장세를 유지한 이동통신 시장을 제외할 경우, 사실상 나머지 영상.음향, 생활가전, 소형가전 등 전통 가전시장의 매출 감소율은 두 자릿 수에 이른다"고 밝혔다.

◇ 휴대용미디어플레이어 31%, LCD TV 20% 성장
다만 세부 품목 가운데 LCD TV, 휴대용미디어플레이어(MP3.MP4.PMP 등), 전자레인지 등은 돋보이는 선전을 펼쳤다.

지난해 LCD TV 시장은 2007년보다 20.0%나 성장했고, 전체 영상.음향가전 시장내 비중도 1년사이 46.4%에서 51.8%로 높아졌다.

휴대용미디어플레이어는 지난해 성장률이 31%(전년비)에 달했고, 작년 4분기에 오히려 33%(전년동기비)로 높아졌다.

이는 교체수요 발생 시점과 기업들의 가격 및 신제품 정책이 맞아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전자레인지도 전체 생활가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5%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18.0% 시장이 확대됐고, 4분기만 따져도 9.6%의 양호한 성장률을 유지했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대용량-고가격대 수요를 창출하고, 광파오븐 기능 등을 더한 복합형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은 결과다.

GfK는 "지난해 선방한 제품들의 특징은 무엇보다 소비자의 잠재적 욕구를 파악,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점"이라며 "2009년 본격적 경기 불황을 앞둔 전자업계는 LCD TV, 휴대용미디어플레이어, 전자레인지, 믹서기 등을 마케팅 전략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아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