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獨.佛 등 G20 앞두고 7개항 공동입장 합의
IMF 분담금 배증..헤지펀드.신용평가사.조세피난처 감독 강화

유럽 주요국들은 22일 시장 감독 강화 등 세계금융시장의 체질 개선과 위기 예방을 위한 7개항의 공동입장에 합의하고 이를 오는 4월 G20(주요 2개국) 정상회의에서 제안하기로 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한 유럽 주요국 지도자들은 이날 베를린에서 회의를 열어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규율을 강화하기 위해 구체적인 조치가 필요하며 특히 헤지펀드와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감독, 조세피난처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국제 금융시장의 신뢰회복에 필요한 '분명하고 구체적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모든 금융시장과 상품, 그리고 조직적 위험의 가능성이 있는 모든 민간투자그룹을 포함한 시장 참여자들은 예외없이, 또 국적과 관계없이 적절한 감독과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들은 또 국제통화기금(IMF)이 회원국들을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IMF에 대한 분담금을 2배로 늘리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브라운 총리는 회의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G20에 참여하는 유럽 국가 지도자들이 향후 금융위기를 막고 국제 금융기관들의 재원 확대를 위해 최소한 5천억달러의 기금을 창설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성명은 이와 함께 금융기관 경영진들이 단기적 실적에 급급해 지나치게 위험하게 사업을 펼치지 않도록 보너스 제한에 관한 지침을 마련하는 한편 다국적 금융기관들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새로운 감시기구를 창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향후 금융시장이 다시 혼란에 처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IMF와 금융안정포럼(FSF)의 강화를 통해 '효과적인 조기경보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SF는 1999년 G7(선진 7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결성된 기구로 G7 외에 호주, 네덜란드, 홍콩, 싱가포르, 스위스 등 5개국을 합쳐 12개국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지난해 11월 워싱턴에서 열린 G20 금융정상회가 FSF의 확대와 기능강화를 결정함으로써 새로운 세계 금융질서를 주도할 기구로 주목받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초청으로 G20 정상회의에 대비, 유럽 공동의 입장을 수렴하기 위해 열린 이날 회의에는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체코, 룩셈부르크 등 유럽 주요국 정상들과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 그리고 각국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이 참석했다.

지난해 11월 워싱턴에서 첫 회의를 가졌던 G20은 오는 4월2일 영국 런던에서 정상회의를 열어 새로운 세계금융질서 구축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성명은 이와 관련해 G20이 지난해 합의한 47개항의 행동 계획을 '신속하고 완벽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메르켈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위기는 최근 수십년동안 유례가 없었던 상황"이라면서 "아직 회복되지 않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이를 위해 "모든 헤지펀드와 신용평가사들이 감독을 받아야 하고 조세피난처에 대한 제재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면서 "지구촌의 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는 공동의 원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와 함께 세계무역기구(WT0) 도하개발아젠다(DDA)가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르코지 대통령도 "위기의 강도와 깊이는 실로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자본주의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고 더욱 도덕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유럽 국가들이 "보호주의 유혹에 굴복해선는 안된다"면서 미국, 중국 등도 유럽과 같은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재무장관 회의 의장인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는 유로존 국가중 당장 디폴트(채무불이행)의 위험에 처해 있는 나라는 한곳도 없다고 주장했다.

유로존 국가중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그리스 등은 심각한 신용위기를 겪고 있다.

융커 총리는 또 "금융위기가 끝나지 않고 오히려 악화하고 있어 유럽 차원에서 행동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러나 "각국 정부는 기존 경기부양책의 효과를 확인할 때까지는 성급하게 추가 부양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