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투자.고용 악영향 우려

동유럽발 금융위기 가능성과 미국의 고용지표 악화 등으로 한국경제에 다시 비상이 걸렸다.

수출의 급격한 침체로 성장률 급락의 고통을 겪는 가운데 세계경제가 요동치면서 2차 충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부문의 불안이 실물로 전이되면서 경기 침체가 더욱 가속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가 되면 경제가 다소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는 양상이다.

◇ 해외發 악재에 '직격탄'
22일 정부 당국과 금융시장에 따르면 세계 경제의 성장률이 추가 하락할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미국에선 실업자 수가 조만간 5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동유럽발 금융위기 가능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폴란드와 체코, 헝가리 등 일부 국가의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가운데 루마니아는 헝가리와 라트비아에 이어 국제통화기금(MF)에 구제 금융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는 지난 19일 AFP,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3개월 후에 나오는 차기 IMF 전망은 세계 경제성장률이 0%에 바짝 다가설 가능성 있다"고 말했다.

IMF는 지난달 28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2%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낮은 0.5%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2%에서 -4%로 6%포인트나 내려잡았다.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이처럼 급속히 하향조정한 것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 특성상 세계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대로라면 3개월 후 IMF 전망에서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4%보다 더 내려갈 수도 있다.

◇ 신음하는 수출 '설상가상'
해외 경기의 악화는 이미 속도가 붙은 수출 감소를 부채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에 보탬이 되지만 해외 주요국의 경기 급락으로 수요 자체가 대폭 줄어든다는 점이 문제다.

특히 최근 세계 금융시장을 불안으로 몰아넣고 있는 미국이나, 동유럽의 영향을 받는 유럽은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지역이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무역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수입보다 수출이 더 빨리 줄면서 1월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33억5천600만 달러 적자로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만에 다시 적자를 기록했다.

1월 수출은 213억6천8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3.8% 급감했으며 수입은 247억2천400만 달러로 지난해 1월에 비해 31.9% 줄었다.

자동차 업계는 올해 미국의 자동차 수요가 지난해보다 15~20%, 유럽은 20%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유업계는 올해 석유제품 수출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최근 예상한 바 있다.

◇ 내수.고용.투자에 악영향 우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최근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부문으로 다시 전이돼 그렇지않아도 바닥을 기고 있는 내수와 소비.투자.고용 등에 도미노 타격을 입히는 것이다.

이들 부문은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순차적으로 악화되며 올 1월에는 1997년 외환위기보다 심할 정도도 악화된 영역도 있다.

지난해 12월 광공업생산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18.6% 급감해 통계청이 데이터를 보유한 1970년 1월 이후 최악 수준을 기록했다.

소비재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로는 7.0% 줄어 1998년 12월 이후 최저치였다.

설비투자 역시 전년 동월과 비교해 3.1% 감소, 1998년 11월의 -27.3%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1월 신규취업자수는 10만3천명 감소해 2003년 9월(-18만9천명) 이후 5년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였다.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상승이 물가 오름세로 연결되는 점도 문제다.

올해 물가상승률은 2~3%대로 예측되는 만큼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선진국에 비해 고점 대비 하락폭이 낮다는 점에서 환율이 서민생활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국제금융시장 불안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신흥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이라며 "신용 위축이 실물 부문으로 파급되지 않도록 통화스와프 등을 통해 외화유동성의 규모를 늘려주는 것이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안정시켜주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spee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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