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만 나가던 일본 기업들이 국내로 U턴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당시 일본 기업들이 국내로 돌아오는 데 물꼬를 튼 것은 수도권 규제 완화였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는 '10년 불황' 탈출을 위해 규제 철폐의 기치를 올렸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점을 둔 게 기업들의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없애는 것이었다.

대표적으로 그 이전 50여년간 유지됐던 '기성 시가지 공장제한법'과 '공장재배치 촉진법'을 각각 2002년과 2006년에 폐지했다. 한국의 수도권 규제와 똑같은 법률이었다. 규제가 철폐되자 기업들은 굳이 기술유출이 우려되고 노무관리도 어려운 동남아나 중국에 공장을 짓기보다 국내 공장 투자를 늘렸다.

소니가 2002년 중국에서 만들던 수출용 8㎜ 비디오카메라 공장을 일본 나고야 인근으로 옮긴 것을 신호탄으로 주요 기업들이 속속 국내 투자를 확대했다. 혼다자동차는 도쿄 인근 사이타마현에 300억엔을 투입해 차세대형 엔진을 생산하기로 했다. 혼다가 일본에 새 공장을 지은 것은 30년 만에 처음이었다. 전자업체 샤프는 오사카 인근 사카이시에 세계 최대 규모의 LCD(액정표시장치)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2002년 7.4% 감소했던 수도권 설비투자는 2005년과 2006년 각각 23.4%와 18.0% 두 자릿수대로 증가했다. 공장 설립이 늘어난 것은 수도권만이 아니다. 일본 전국의 공장 착공 면적은 2002년 850만㎡에서 △2003년 930만㎡ △2004년 1250만㎡ △2005년 1410만㎡ △2006년 1570만㎡ 등으로 꾸준히 늘었다. 수도권 규제 완화가 기업들의 전반적인 설비투자에 '불쏘시개'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었다.

일본 내 신규 공장 설립 건수도 2002년 844건이던 것이 2007년엔 1782건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중 해외 공장 설립 건수는 434건에서 182건으로 급감했다.

국내 투자가 늘면서 고용사정도 좋아졌다. 일본 경제산업성 공업통계에 따르면 2006년 종업원 10인 이상 제조업체의 종업원 수는 747만3379명으로 전년보다 2.3% 증가했다. 그동안 줄기만 하던 제조업체 종업원 숫자도 15년 만에 늘어났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