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는 이번 주에도 부실은행의 국유화 논란이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오바마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 대책이 발표된 뒤 은행주가가 곤두박질치자 이번 주 중 서둘러 세부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투자자들은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부 장관이 발표한 금융안정 대책이 구체적이지 못해 은행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을 오히려 키웠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은행의 국유화 논란이 증폭되면서 부실은행의 감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의 주가가 급락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20일 뉴욕증시에서 씨티 주가는 18년 만의 최저치인 주당 1.95달러로 떨어졌고,BOA도 사상 최저치인 3.79달러까지 하락했다.

미국 정부가 이번 주부터 은행의 생존 가능성을 따져보는 '스트레스 테스트'에 들어가면 시장은 한 차례 더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자산 규모가 1000억달러 이상인 대형 은행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발생할 수 있는 손실 규모를 산출해 보고 독자생존 여부를 따지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독자생존이 어렵다고 판단돼 공적자금이 투입되면 일시적인 국유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될 수 있다. 정부가 자본을 추가로 투입하면 기존 주식은 가치를 잃을 수 있다.

물론 미 재무부가 밝힐 은행 부실자산 매입을 위한 세부방안 등이 시장에서 신뢰를 얻으면 은행주에 대한 불안감은 다소 해소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부실자산의 매입 가격을 어떻게 정할지 등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특히 민 · 관 합동펀드를 만들 경우 민간 자본에 어떤 유인책을 줄지가 시장의 관심사다.

기업들의 실적발표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주에는 다우지수 포함 종목인 홈디포를 비롯,51개사가 실적을 발표한다. 실적 예측기관인 톰슨 파이낸셜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전체 기업의 순이익은 42.1%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회사가 10년 전 기업실적 분석에 나선 이후 이익하락률이 가장 컸다. 1분기 이익전망도 여전히 어두운 편이다. 부정적으로 실적을 전망하는 기업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 간 비중이 5.9 대 1로,실적전망이 갈수록 악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뭉칫돈이 몰리는 금값의 향방도 주목된다. 지난 주말 금값은 작년 3월 이후 처음으로 온스당 100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24일에는 12월 S&P-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와 콘퍼런스보드의 2월 소비자신뢰지수가 발표된다. 또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상원 금융위원회에서 통화신용정책과 경제 상황에 관한 반기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25일에는 1월 기존주택판매 실적이,26일엔 신규주택판매 실적이 각각 공개된다. 27일에는 작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정치가 나온다.

윌리엄 크냅 메인스테이인베스트먼츠 투자전략가는 마켓워치에 "재고 상황이나 무역 통계 등을 감안할 때 4분기 GDP 수정치는 -3.8%에서 -5%대로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