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의욕적으로 추진되던 국내 두 번째 석유시추선 건조사업이 방향을 잃고 있다.

21일 정부 당국과 한국 석유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늘어나는 해외 탐사광구 등을 겨냥해 당초 7억 달러 짜리 심해용 시추선을 건조한다는 계획을 지난해 세웠으나 최근들어서는 건조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석유공사는 한 외국 석유시추회사와 건조비용을 절반씩 부담해 3년에 걸쳐 심해시추선을 건조한 뒤 이를 해외광구에 투입한다는 계획이었다.

현재 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유일 시추선인 두성호는 작업 가능 수심이 최대 450m에 불과해 갈수록 심해저 개발의 중요성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능력에 한계가 있는 반면, 심해용 시추선은 수심 3천m 이상의 깊은 바다에서 8천∼1만m 아래까지 파내려가는 시추작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시추선 건조를 위한 MOU가 양측간의 의견차로 무산된 뒤 공사는 시추선 건조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건조계획을 추진했던 당시와 달리,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안팎으로 급락하고 세계 금융위기로 각국의 석유시추가 시들해지면서 기대했던 용선료 등의 수입을 올리기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와 석유공사의 해외 자원개발 전략이 탐사광구를 분양받아 석유와 가스를 찾아내는 사업 위주에서 이미 석유,가스를 생산하고 있는 광구와 기업을 인수.합병(M&A) 하는 쪽으로 기울었다는 것도 한 원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두 번째 시추선 건조를 완전히 포기한 것이 아니다"라며 "건조를 위한 적절한 시점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