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우려확산..英.獨.佛증시 나란히 3-4%대↓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유럽 증시 6년만에 최저치로 폭락했다.

20일 유럽 대표주들의 동향을 보여주는 유로퍼스트 300 지수는 3.3% 떨어진 738.57을 기록, 736.27이었던 2003년 3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지난해 45%의 하락률을 기록한 유로퍼스트 지수는 올들어서도 11%나 떨어졌고 이번주 하락폭은 7.4%로 집계됐다.

국가별로는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FTSE 지수가 3.22% 떨어진 3,889.06, 프랑스 파리증권거래소의 CAC 40 지수는 4.25% 떨어진 2,750.55로 장을 마감했고 독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의 DAX 지수도 4.76% 폭락해 4,014.66을 기록했다.

CAC 지수와 DAX 지수는 지난해 11월 기록한 2008년 연중 최저치를 밑돌았으며 FTSE 지수는 3개월만에 처음으로 4,000 이하로 추락했다.

하락세에서 벗어나 전날 오랜만에 보합으로 장을 마감했던 유럽 증시는 미국에서 실업률 통계가 발표되면서 뉴욕증시가 6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데다 이날 아시아 증시도 큰 폭으로 내리면서 약세로 출발했다.

투자심리 악화로 조금씩 하락폭을 키우던 유럽 증시는 오후들어 미국 증시가 하락세로 출발하자 동반 급락하는 등 극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미 자동차 `빅3' 가운데 하나인 제너럴모터스(GM)의 스웨덴 내 자회사인 사브가 이날 미국의 파산보호와 유사한 '기업재조정(reorganization)'을 법원에 신청했다는 소식과 이달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의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사상 최저치로 하락했다는 발표도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더욱 냉각시켰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경기 회복의 시기에 대한 전망을 더욱 비관적으로 조정하면서 주가가 한 단계 낮은 구간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했다.

투자자들은 지난해 11월 이후 쏟아진 각국의 경기부양책과 금리인하에 따라 조만간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기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했고 이같은 전망을 바탕으로 최근까지 증시가 꾸준히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최근 이런 시각을 교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클레이즈의 헨크 포츠 연구원은 로이터 통신에 "유래없이 악화된 경기지표와 기업실적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시장의 신뢰가 추락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1분기중 시장이 매우 불안정할 것인 만큼 방어적인 투자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가 국유화 계획을 밝힌 모기지 은행 히포 리얼 에스테이트(HRE)가 19% 폭락했고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 도이체 방크, 코메르츠방크, 알리안츠, 크레디 아그리콜 등도 10% 내외의 하락세를 기록하는 등 금융주들이 증시 하락을 주도했다.

(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