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이후 안정을 되찾는가했던 금융시장이 다시 혼란에 빠졌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로 치솟고 주가는 추락했다.

이는 동유럽 국가들의 금융위기가 확산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미국 증시가 경기지표 악화로 급락하고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매도 공세를 강화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하면 개입 강도를 높이겠다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 앞에서는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경기침체의 가속과 외화 유동성 문제로 당분간 금융시장이 출렁일 것으로 전망했다.

◇ 유럽.美 악재에 금융시장 다시 혼란
20일 코스피지수가 4% 가까이 급락해 1,100선이 무너지고 원.달러 환율이 3개월 만에 처음으로 1,500원을 돌파한 것은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7천500선 밑으로 떨어지면서 2002년 10월 이후 6년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실업자 수가 조만간 5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1월 생산자물가지수는 0.8% 상승했다는 미 노동부의 발표가 경기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 것이다.

이 여파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9일째 주식을 팔아치웠고 이는 원.달러 환율 급등과 주가 하락의 상호 작용을 일으켰다.

일본과 대만, 홍콩 등 아시아증시 또한 1~3% 떨어지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동유럽발 금융위기의 가능성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얼어붙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폴란드와 체코, 헝가리 등 일부 국가의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가운데 루마니아는 헝가리와 라트비아에 이어 국제통화기금(MF)에 구제 금융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일본 은행과 기업의 3월 말 결산을 앞두고 국내에 투자된 일본계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 역시 불안 요인이 됐다.

GM대우의 자금난과 은행들의 외화 조달여건 악화에 대한 우려도 가세했다.

해외에서 발행하는 외화채권의 신용위험도를 보여주는 우리나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19일 현재 4.26%로 전날보다는 0.09%포인트 하락했지만 2주일 전보다는 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날 `3월 위기설'을 강력히 반박하고 달러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발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내외 악재 앞에서 역부족인 상황이다.

◇ "악재 산재..불안 지속 전망"
전문가들은 동유럽발 금융위기의 가능성과 세계 경기침체의 가속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 가능성, `3월 위기설' 등이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국내 금융시장이 당분간 쉽게 안정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제 금융시장의 경색과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우리나라의 달러 유동성과 은행들의 외화조달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금융위기 확산으로 원.달러 환율이 1,550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세계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외환.주식시장에 반영되고 있다"며 "적어도 1~2개월은 주가와 원화 가치의 약세가 이어지고 은행들의 외화조달 문제도 3월 이후에나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환율 급등에 따른 달러 유동성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북한 미사일과 `3월 위기설'은 부분적으로 금융시장에 심리적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장 큰 원인으로, 근거도 별로는 없는 `3월 위기설'이 증폭됐다"며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외환시장에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 실장은 달러 유동성 문제를 풀려면 은행들이 정부의 지급 보증을 받아 외화를 조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