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에 악영향" vs "외국인 순매수 유인"

일본 엔화의 최근 강세는 글로벌 증시에 악영향을 미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 유인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신영증권은 20일 발표한 증시보고서에서 "최근 이례적인 엔화 강세는 일본경제가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져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악화한 가운데, 아시아의 기축통화인 엔화로 유동성이 들어가는 안전자산 선호현상에 따른 것이다.

아울러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도 엔화의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또 엔화 강세 현상은 한국 증시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엔화가치가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올랐다는 점에서 글로벌 증시 회복에 악재일 수 있지만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투자유인은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엔화 강세는 아시아통화를 강세로 이끌며 아시아 지역의 외국인 순매수를 증가시켰고 특히 아시아권에서 환율 효과 등의 이점이 드러난 한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엔화의 가치에 큰 영향을 받은 것은 일본에 대한 외국인투자가 아니라 한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심화하는 이유는 엔화강세가 주춤했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작년 저점 이후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일본업체와 경쟁구도에 있는 IT, 철강 등의 업종을 집중 매수한 것도 환율 효과 때문으로 분석된다.

외국인들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과 일본을 놓고 투자처를 저울질하다 환율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한국 기업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엔화 강세는 글로벌 증시에는 악영향을 미치지만 수출 비중이 큰 한국기업에는 우호적인 환경을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최근 고공행진하는 원·달러 환율로 인한 충격을 엔화 강세로 완화시키는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이 연구원은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현 수준으로만 유지된다면 엔고 현상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앞으로 엔화가치가 소폭 하락한다 해도 국내 증시에는 수급상으로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며 일본과 가격 경쟁력에서 우세를 점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철강 등의 업종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외국인들은 국내의 달러 부족을 우려하고 있으며, 최근 달러 강세는 원·달러 환율을 고공권에 머무르게 하는 요인이 되겠지만 이러한 위기를 엔화 강세라는 장점으로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