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시위에 '화들짝'…5억8천만유로 투입
임금인상 등 근로자 생계지원 중점


서인도 제도의 프랑스 해외영토인 과들루프와 마르티니크에서 노동계의 과격 시위가 유혈 양상을 보임에 따라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뒤늦게 사태 수습 행보를 본격화하고 나섰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19일 파리에서 과들루프 의원들과 긴급 회동, 대책을 논의한 뒤 이날 저녁 공영 라디오방송 연설을 통해 5억8천만유로(7억3천600만달러)를 해외영토 주민들의 생활 안정 지원금으로 투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부대책을 공개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이 같은 해외령 주민 지원방안은 한달째 노동계의 생계형 파업이 이어지고 있는 과들루프에서 근로자 1명이 시위대가 쏜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지 하루 만에 제시된 것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제시한 5억8천만유로 규모의 지원 패키지는 ▲빈곤가정 지원 ▲물가 통제 ▲연료비 인하 ▲사회보장 적립금 지원 ▲경제위기 기간에 근로자 보너스에 부과되는 세금 면제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 동료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동시에 우리는 국내의 법 질서가 조속히 회복될 것이라는 점을 보증해야 할 의무도 있다"라고 밝혔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어 전날 총격을 받아 노조원 1명이 사망한 사고를 들어 노동계의 과격시위를 거세게 비판한 뒤 휴양지로 유명한 섬을 마비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즉각적인 파업 중단을 시위대에 촉구했다.

그는 또한 본토와 해외영토 사이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그 일환으로 곧 과들루프를 방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함께 프랑스 정부는 현지 노동계가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는 월 급여 200유로(258달러) 인상도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공개했다.

프랑수아 피용 총리는 이날 과들루프 저소득층의 임금 인상 방안을 제시하면서 저임 근로자의 급여를 매월 200유로 인상하는 내용이 포함된 임금 인상 계획을 곧 노동계와 사용자 측에 같이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피용 총리는 "이런 대책이 서인도 제도 주민들의 가중되는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는데 기여하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일단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원 방침에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노동계의 연대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파업 지도부는 "정부로부터 구체적인 지원내용이 우리에게 전달되면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과들루프와 인근 마르티니크 섬의 근로자들은 경제위기 속에 생활비 급등 등에 항의,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면서 파업, 시위를 한달여 계속해 왔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해외영토 시위의 불길이 본토로 옮겨 붙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프랑스의 이들 해외영토는 최근 경제위기를 맞아 물가가 크게 오른 반면 실업률은 본토의 3배 가량인 20%를 상회한 것으로 언론들은 전했다.

한편, 미셸 알리오-마리 내무장관은 근로자 피격 사망 이후 경찰 병력을 추가로 현지에 파견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리연합뉴스) 이명조 특파원 mingjo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