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 · 기아자동차 회장이 기아차 대표이사와 등기임원을 맡지 않기로 했다. 회사 경영을 총괄하는 정성은 부회장과 국내 판매 및 생산을 담당하는 서영종 사장이 새로 등기임원 및 복수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어서 기아차에 전문경영인 체제가 도입된다.

현대 · 기아차는 19일 공시를 통해 내달 6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 회장이 기아차 대표이사와 등기임원에서 사임한다고 밝혔다. 현대차 대표이사 회장직은 유지하며 그룹 경영을 총괄한다.

기아차 등기임원에 재선임되는 정의선 사장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기획 및 해외영업 업무에 주력하면서 판매 강화에 역점을 둘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록 전무(재경본부장)도 등기임원으로 새로 선임된다.

현대차도 내달 13일 열리는 정기 주총에서 이정대 부회장(재경)과 양승석 사장(글로벌 판매),강호돈 부사장(생산)을 신규 등기임원으로 등재키로 하는 등 사내 경영진용을 일부 바꾼다. 현대차는 주총 후 이사회를 열어 정 회장 외에 새로 선임된 등기임원 가운데 2명을 대표이사로 추가 선임할 계획이다.

그룹 관계자는 "기아차는 디자인경영이 본궤도에 오른 데다 글로벌 생산네트워크 확충도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현대차와 구분되는 독창적인 경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전문경영인 체제를 가동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번 등기임원 개편은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위기 극복에 앞장서야 할 재무 및 판매에 힘을 실어준 측면이 크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 18일 국내와 해외로 양분됐던 영업본부를 글로벌 영업본부로 통합했다. 미국 내 딜러망을 대폭 확충하고 일본 내 계열사들의 법인은 통폐합하는 등 해외네트워크도 손질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 임기 만료되는 사외이사는 모두 유임시킬 방침이다. 현대차는 강일형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과 임영철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를,기아차는 임건수 법무법인 케이씨엘 고문변호사를 재선임한다. 기아차는 다만 박영수 한국공인노무사회 이사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키로 해 기존 사외이사 가운데 한 명이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언/조재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