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계열사들은 지난 연말부터 최근까지 조직 개편 작업을 벌였다. TV가 주력인 DD(디지털 디스플레이),홈시어터를 총괄하는 DM(디지털 미디어) 사업본부를 HE(홈 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로 통합한 LG전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LG 계열사들의 조직 개편은 하나의 일관된 원칙 아래 이뤄졌다. 조직 편제를 제품군에서 고객과 거래선 중심으로 바꾼 것.㈜LG 관계자는 "불확실한 미래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조직 전체가 고객과 시장 등 환경 변화에 보다 기민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구본무 회장의 주문에 따라 조직 개편이 이뤄졌다"며 "그룹 모토를 '민첩한 추격자'에서 '고객 가치혁신 리더'로 바꾼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로 묶고

LG전자는 TV와 홈시어터를 패키지 형태로 구매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는 것을 감안,DD사업본부와 DM사업본부를 하나로 합쳤다. 회사 관계자는 "경북 구미에 나뉘어 있던 TV와 홈시어터 관련 연구 · 개발(R&D) 조직 중 일부를 통합해 경기도 평택에 새로운 베이스를 차렸다"며 "금명간 비디오와 오디오를 결합한 새로운 상품들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가전제품 케이스 등에 사용되는 ABS와 기계 부품으로 활용하는 EP의 거래선이 대부분 일치한다는 점에 착안,제품별로 나눠져 있던 국내와 해외영업,마케팅 담당 조직을 하나로 통합했다. 두 사업부를 각각 별도로 상대해야 했던 고객사의 불편을 없애자는 게 조직 개편의 취지다.

◆둘로 쪼개고

LG전자는 백색가전을 만드는 DA사업본부의 에어컨사업을 분리,에어컨사업본부를 만들었다. 이 조직은 건설사를 주로 상대하며 시스템 에어컨 설계와 판매 등의 업무를 맡는다. 회사 관계자는 "상업용 에어컨에서 시스템 에어컨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새로운 조직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전지 사업부에 소속돼 있는 중대형 전지사업 담당을 CEO(최고경영자) 직속 조직으로 따로 떼냈다. GM이 만든 전기자동차 '시보레볼트'의 배터리 독점 공급권을 따내는 등 자동차용 전지 사업이 커져 완성차 업체들만 따로 상대하는 조직을 만들게 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새로 만들고

LG생명과학은 올해 초 '고객사랑팀'을 신설했다. 리베이트를 통해 병원과의 관계를 유지했던 관행에서 탈피,새로운 고객관계를 설정한다는 게 이 회사의 의도다. 이 조직은 최근 의사들에게 효율적인 병원 경영 방법을 알려주는 'LG 닥터아카데미' 등의 행사를 진행했다.

LG텔레콤도 같은 시기 '현장지원팀' 'CRM채널팀' '고객분석팀' 등의 새로운 조직을 신설했다. 현장지원팀은 CEO가 현장을 방문할 때 함께 동행해 고객들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CRM채널팀과 고객분석팀은 각각 콜센터 상담 유형을 분석하고 가입자들의 니즈를 분석하는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LG이노텍은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취합해 제품 개발에 반영하는 CVC(Customer Value Creation)팀을 확대했다. 지난해까지 계열사별로 20개였던 팀의 숫자를 올해 들어 35개까지 늘렸다.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도 고객의 숫자가 늘어나면 CVC팀도 함께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