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과 강남 등 요지에 있는 은행 지점들이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이들 지역의 점포는 돈 되는 고객층이 몰려 있다는 이유로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개설했지만 최근 경기침체 여파로 값비싼 임대료가 부담돼 구조조정의 된서리를 맞고 있다. 인구가 늘어나는 신도시 점포들도 구조조정 대상으로 전락했다.

하나은행은 작년 말부터 최근까지 27개 지점을 없애거나 인근 점포와 합쳤다. 이 중 황금 영업권으로 불리는 버블세븐 지역(강남 서초 송파 분당 용인 목동 평촌)에서만 10개 지점을 통폐합했다. 강남 한티역,서초 서리풀,목동 중앙,분당 하탑교지점 등이 사라졌다.

과거 이 지역에 있는 지점들은 문만 열면 단기간에 수익을 냈다. 하지만 이제는 장사가 되지 않아 거액의 임대료 부담만 떠안게 됐다. 개설 1~2년 만에 철수해야 하는 골칫거리가 됐다.

최태모 하나은행 채널기획부 과장은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만 해도 '버블세븐' 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이 활발히 일어났지만 지금은 대출 수요 자체가 사라져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올 들어 서울 개포남지점과 강남종금지점 등을 없앴다. 우리은행은 또 인천공항에서도 철수하기로 했다. 한국을 드나드는 관문에 입점한다는 상징성과 홍보효과 때문에 적자를 감수하면서 인천공항지점을 운영했지만 이제는 비용이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이다.

국민은행도 최근 서울 압구정현대,역삼,경기 분당로얄타운 등 버블세븐 지역에서 6개 지점을 정리했다. 유상훈 국민은행 채널기획부 팀장은 "강남 일대에는 은행 점포가 몰려 있어도 대부분 수익을 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알짜 지역이라도 영업권이 중복되는 지점은 통합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명동 같은 서울 중심가도 마찬가지다. 국민은행은 올 들어 명동과 시청역지점 등 서울 중구 · 종로구 일대의 5개 지점을 없앴다. 하나은행도 종로와 대학로 사이에 있는 충신동지점 및 남대문지점을 다른 영업점과 통폐합했다. 우리은행도 서울역 앞 대우빌딩에 있는 대우센터지점과 명동종금지점을 폐쇄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조직 슬림화 때문에 영업권이 중복되면 지역을 불문하고 점포를 통폐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발 단계여서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신도시에서도 지점 통폐합 바람이 불고 있다. 지금까지 은행들은 신도시에 점포를 새로 개설했을 뿐 기존 점포를 없애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신도시에 미분양이 증가하면서 이곳 점포마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하나은행은 작년 1월 개설한 동탄 푸른마을지점을 1년 만에 정리했고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용인 동백역지점과 김포신도시지점을 각각 폐쇄키로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