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의 파산 가능성이 나오면서 국내 자동차업계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GM과 크라이슬러는 미국 정부에 자구계획을 제출하면서 216억달러의 추가 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백악관이 보완책을 요구하며 파산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아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벼랑 끝에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GM과 크라이슬러가 파산 수순을 밟거나 조직 및 인력 감축에 나설 경우 국내 완성차업체들에 미칠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대우증권은 이날 GM 등 미국 자동차 업체에 파산ㆍ청산이 결정될 경우 국내 자동차산업은 글로벌 업계 구도 개편 등 관련 불확실성 증폭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GM, 크라이슬러가 각각 최대 166억달러, 50억달러의 대규모 구제금융을 추가로 요청한 상태지만 구조조정이 해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할 경우 미국 정부가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파산, 청산 등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영호 애널리스트는 “이럴 경우 단기적으로 실업 및 수요 충격이 커지고 중장기 적으로 브랜드, 공장 등의 자산 매각, M&A가 이뤄지면서 글로벌 업계 구도가 재편되게 된다”며 “한국 대표 업체들이 재편 주도권을 갖지 못할 경우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차 등 국내 대표 업체들에게는 GM 등의 구조조정이 어떤 방식으로든 진행되면서 이들의 중대형 차량 위주 북미생산능력이 상당폭 삭감되는 것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물론 현대차미국법인(HMA)은 지난 1월 미국시장에서 2만4512대를 판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판매량이 14.3% 증가했다. 기아차 미국판매법인(KMA)도 2만2096대를 팔아 작년 대비 판매량이 3.5% 늘었다. 미국 빅 3가 위기가 빠지면서 생긴 공백을 현대기아차가 메우고 있는 듯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빅 3가 무너지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자동차 시장 위축이 가속화되고한국 업체들의 현지 판매에도 타격이 가해질 가능성이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장기적으로는 현지 구매력 감소 및 시장의 급격한 위축으로 인해 동반 피해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또 국내 업체들 보다는 브랜드 위상이 높고 딜러망에서 우위를 지닌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업체들에게 시장을 잠식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빅 3가 유지되는게 국내 자동차업체들에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함께 GM이 파산보호(쳅터11) 신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자동차업계의 관심도 계열사인 GM대우에 집중되고 있다.

현재 GM대우는 GM의 전 세계 8개 개발거점 중 2개(경차·소형차)를
맡고 있는데다 전체 판매물량의 20%를 담당하고 있다. GM대우와 GM 본사간의 연계성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물론 GM의 파산보호 신청이 GM대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GM대우가 만드는 품목은 제일 잘 팔리는 핵심 차종이기 때문에 파산보호 신청을 한다 해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GM이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하면 GM대우도 단기적으론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GM이 회생을 위해서는 딜러망 축소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생산 차량의 대부분을 시보레 브랜드를 달고 전세계 GM의 영업망을 통해 팔고 있는 GM대우도 타격을 받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실제로 GM대우는 전세계 산업수요 감소 및 GM의 영업망 위축으로 인해 올해 1월에 수출이 62.4%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이 파산보호 신청을 수용할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GM대우가 실제로 해외에서 받을 돈이 늦게 들어오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마이클 그리말디 GM대우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 3명은 지난 11일 지식경제부를 방문, 이윤호 장관과 임채민 1차관 등 고위관계자들과 만나 유동성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한경닷컴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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