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작년 10월 미국 주식을 사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던 것과는 달리 실제로는 팔았다는 분석이 제기돼 눈길을 모으고 있다.

미 경제전문 방송 CNBC의 '매드 머니' 프로그램 진행자인 짐 크레이머는 18일 버크셔 해서웨이가 전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를 통해 밝힌 작년 4ㆍ4분기 보유 주식 변동내역을 토대로 버핏이 "미국 주식을 팔았다"고 주장했다.

크레이머는 이날 자신의 '더스트리트 닷컴'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버크셔가 작년 4분기에 존슨 앤드 존슨과 프록터 앤드 갬블(P&G), 코코노필립스, 유에스뱅코프 같은 주식을 팔아치웠다면서 이런 주식보다 더 미국적인 주식이 있느냐고 버핏의 투자 전략에 의문을 제기했다.

버핏은 지난해 10월 뉴욕타임스(NYT)에 자신은 지금 주식을 사고 있다며 미국 주식을 살 때라는 내용의 기고를 했다.

버핏은 또 주가가 계속 떨어진다면 자신의 재산이 미국 기업 주식으로 100%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었다.

크레이머는 그러나 이 기고문과는 달리 버크셔의 4분기 보유 주식 변동을 보면 "미국을 산 것이 아니라 미국을 판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버크셔는 9월말에 6천180만주를 갖고 있던 존슨 앤드 존슨 주식을 4분기에 54% 가량 매각해 2천860만주로 줄여 지분율을 8%에서 4%로 낮췄다.

버크셔는 또 P&G 주식도 1억580만주에서 9천630만주로 줄였고, 코코노필립스, 카맥스, 유에스뱅코프 주식도 4~7% 줄였다.

물론 이 기간에 버크셔는 팔기만 한 것이 아니라 NRG에너지나 이튼 같은 회사의 지분은 늘렸고 낼코홀딩스 같은 회사의 주식을 처음 사들이기도 했다.

또 아메리칸익스프레스나 코카콜라, 뱅크오브아메리카 같은 주식들의 보유 내역에는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버핏이 판 주식들이 더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주식이라는 점에서 "샀다"는 것보다는 "팔았다"는 느낌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이다.

크레이머는 또 투자자들이 버핏을 따라 해서는 안된다는 점도 주장했다.

버핏이 말하는 장기 투자도 집이나 음식비, 교육비 등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부자들에게는 괜찮지만 자금 여유가 없는 많은 평범한 미국인들은 버핏처럼 장기 투자를 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크레이머는 버핏이 분명히 위대한 투자자이지만 버핏의 행동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검증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는 최근 명품 보석전문점 티파니에 2억5천만달러를 투자해 8년만기 및 10년 만기 회사채 각 1억2천500만 달러 어치를 연리 10% 조건으로 인수하기로 하는 등 금융위기 이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골드만삭스, 제너럴일렉트릭, 할리 데이비슨 등에 우선주나 전환사채 등을 매개로 10%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에 잇따라 나서고 있으나 이 역시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불가능한 투자 방식이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