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KTF 합병계획을 놓고 SK텔레콤 진영이 요구해온 KT 필수설비 분리 주장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검토에 들어간다.

18일 업계와 방통위에 따르면 방통위는 지난달 23일 KT가 제출한 KTF와의 합병안에 대한 1차 검토를 마치고 합병 반대진영이 요구해온 KT 필수 설비 분리주장의 타당성과 가능성을 따지기로 했다.

방통위는 이를 위해 18일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진영과 케이블TV업계(SO)에 이어 19일 LG텔레콤.데이콤.파워콤 진영을 불러 KT-KTF 합병이 업계에 미칠 영향, 반대론의 근거 등을 구체적으로 청취키로 했다.

KT.KTF도 이에 맞서 19일 방통위에서 합병 불가피성과 타당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현재 합병 반대 진영이 주장하는 핵심은 KT가 보유 중인 필수설비를 떼어내 분리해 달라는 것이다.

SK 진영은 "KT의 시장지배력은 민영화 이전 국영 독점시절 때 대부분 형성된 것으로 어떤 사업자도 따라갈 수 없다"며 "대체설비인 한전의 관로나 전주가 포화상태인 상황에서 원천적인 경쟁제한 요인"이라고 주장해 왔다.

전기통신법상 가입자 선로 공동활용제도(LLU)가 있지만 SK브로드밴드의 사용신청에 대한 승인율이 14%에 불과할 정도로 절차가 복잡하고 자의적인 신청거부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KT 필수설비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가입자로 연결되는 망의 마지막 부분(라스트 원 마일) 확보가 어려운 만큼 필수설비를 KT로부터 떼어내 국가가 담당하던가, 별도의 회사를 만들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망 중립성'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다.

한편 KT측은 이에 대해 "SO의 CATV 망 커버리지는 100%, LG파워콤과 SK브로드밴드의 네트워크 커버리지는 각각 97.9%, 88.8%에 달해 '경쟁 열위'가 존재하지 않고 경쟁사들의 무단 이용이 많아서 설비이용 신청건수가 적다"고 강변하고 있다.

KT는 현재 통신주 100%(378만 본), 관로 95%(전체 11만 6천㎞ 중 11만 1천㎞), 케이블 62%(90만 1천㎞ 중 56만 3천㎞) 등 필수 설비의 상당 부분을 소유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합병과 전혀 관련 없는 이슈를 내세워 합병을 반대하는 것은 경쟁사 발목 잡기에 다름없다"며 "별도 안건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방통위 관계자는 "합병 반대진영의 요구가 전혀 틀린 것이 아닌데다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서라도 LLU를 포함한 기존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거나 기타 여러 방법으로 망 중립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KT 필수설비를 국가가 따로 담당하려면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고 별도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현재 통신시장 구도를 뜯어고치는 안이어서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업계 일각에서는 방통위의 이런 움직임에 "필수설비 분리방안은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방통위가 합병 부가조건으로 경쟁업체들이 KT 필수설비에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강화하고 이용현황을 정기적으로 보고하게 하는 등 보완 대책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유경수 기자 y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