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실사 단축..부실검증 위험

경제위기로 인한 시장혼란 속에 기업 인수ㆍ합병(M&A)이 '급행'으로 이뤄지면서 피인수 기업에 대한 부실검증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작년 9월 월스트리트발(發) 금융위기 직후 위기에 처한 핼리팩스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HBOS)를 초고속으로 인수한 영국 보험회사 로이즈TSB는 HBOS의 기업가치 검증을 부실하게 한 탓에 지난주 예상 밖의 적자를 기록했다.

로이즈TSB는 지난주 2008년 실적을 발표하면서 예상보다 큰 100억파운드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는데 상당 부분이 HBOS 인수에 따른 것으로 HBOS 인수 때 이 회사의 재무제표에 대한 실사가 "정상적인 경우에 비해" 매우 미진했음을 시인했다.

로이즈TSB의 HBOS 인수는 M&A 때 기업실사(due diligence)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사례지만 시장이 극도로 혼란스러워진 작년 거래 규모가 20억달러를 넘는 주요 M&A에서 실사기간은 2007년에 비해 크게 단축됐다고 FT는 전했다.

2007년 평균 109일 걸렸던 농업 부문 M&A 실사기간은 작년에 64일로 41% 단축됐고 교통ㆍ운수 부문에서는 2007년 평균 88일에서 작년에 60일로, 소비재 부문에서는 74일에서 59일로 단축됐다.

또 로이즈TSB 등과 같은 금융업 부문에서도 2007년에는 평균 108일 걸렸던 기업실사가 작년에는 87일로 5분의 1 가량 단축됐다.

법무법인 덴턴 와일드 세입트의 파트너 휴 네일러는 FT와 인터뷰에서 "기업실사는 시간의 산물"이라며 "시간을 많이 가질수록 더 충실하게 실사를 진행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브뤼셀연합뉴스) 김영묵 특파원 econ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