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2개 대형자동차 회사가 또다시 정부에 손을 내밀었다.
극심한 경영난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선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 등 2개 자동차 업체가 무려 216억달러(약 3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더 지원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한 것.

GM은 17일(현지시간) 166억달러의 추가자금 지원을 미국 정부에 요청했고, 크라이슬러도 50억달러를 더 도와달라고 요구했다.
GM은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이미 134억달러를 지원 받았고, 크라이슬러도 40억달러를 수혈 받았다.

따라서 미국 정부가 이런 지원요청을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GM에 대한 지원은 모두 300억달러로 늘어나고, 크라이슬러도 모두 90억달러를 받게 된다. 또 두 회사에 대한 지원규모는 174억달러에서 390억달러로 늘어난다.

17일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게 돼 있었지만, 완전한 회생계획안 대신 추가지원을 요구한 것이다.

미국 정부가 이들 자동차 거대기업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소요재원은 결국 미국 인들의 혈세에서 마련되는 것이다. 이렇게 지원한다고 해서 살아난다면 그나마 '혈세의 보람'이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그야말로 허공에 날리고 만다. 현재 전세계의 경제위기를 감안하면 추가지원한다고 해서 이들 두 거대기업이 회생할지는 불확실하다.

때문에 앞으로 미국에서 추가지원 여부와 생존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 전망이다. 아울러 다른 나라에도 독자적인 자동차 산업 지원대책을 마련하도록 자극하는 등 국내외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GM과 크라이슬러는 이번 자금지원 요청과 함께 생존능력이 있음을 입증하기 위해 고강도 자구노력 계획도 함께 제출했다.

GM은 올해 전세계 사업장에서 4만7000명의 직원을 감원하고 2012년까지 미국내 5개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감원대상은 시간제 근로자 3만7000명과 사무직 직원 1만명이다.

이 계획에 따라 미국내 시간제·사무직 직원은 작년말 9만2000명에서 2012년말까지 7만2000명으로 줄게 된다.
GM은 작년 12월2일 정부에 제출한 회생계획에서 2012년까지 47개 공장을 38개로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5개 공장이 추가 폐쇄되면 33개만 남게 된다.

GM은 이런 구조조정을 통해 앞으로 2년 내에 수익성을 회복하고 2017년까지는 정부 지원금을 상환 완료할 수 있다고 밝혔다.

크라이슬러도 3000명을 추가 감원하고 자동차 3개 모델의 생산을 중단키로 했다. 또 자동차 생산 능력을 10만대 가량 줄이는 한편 고정비용을 7억달러 삭감한다는 계획이다. 연내에 3억달러 규모의 무수익 자산을 처분하고 2012년부터 정부 지원금 상환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자동차 '공룡'은 이같은 자구계획을 마련하기에 앞서 전미자동차노조(UAW)와 집중적인 협상을 벌여 잠정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국 정부는 위기에 빠진 자동차 업체와 산업의 처리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관련부처 관계자들로 구성된 전담팀을 구성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에는 자동차 문제를 집중검토할 총괄담당관(Car Czar)를 지명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계획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닷컴 차기태 기자 ram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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