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 E&S 부회장(사진)이 SK그룹 지주회사인 SK㈜와 주력 계열사 SK텔레콤의 등기이사로 사실상 선임됐다. SK㈜와 SK텔레콤은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최 부회장을 신규 등기이사로 추천했다. 최 부회장은 다음 달 중순 열리는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등기임원으로 정식 선임돼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재계 일각에서는 최 부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로 고(故) 최종건-최종현 회장이 구축한 SK가(家)의 형제 경영 전통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최 부회장은 2004년 3월 분식회계와 소버린 사태 등에 따른 그룹 오너 일가의 일괄 퇴진 방침에 따라 당시 맡고 있던 SK텔레콤 부사장직을 내놓으며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났다. 이후 2005년과 2006년 각각 SK E&S와 SK가스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활동을 재개했다.

그룹 내부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글로벌 성장전략 확보와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최 부회장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SK 고위 관계자는 "풍부한 글로벌 감각과 탄탄한 기획력을 갖춘 최 부회장은 SK그룹의 해외사업 기획과 신성장동력 발굴을 맡을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최 부회장이 지주회사 체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의사결정 체계를 강화하는 역할도 맡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부회장은 작년부터 SK 글로벌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SK의 숙원 과제인 글로벌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작년 9월에는 러시아 모스크바 세계무역센터에서 열린 한 · 러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한 · 러 에너지협력의 현재와 미래'란 주제발표를 통해 SK의 오너 경영인으로서 글로벌 무대에 데뷔했다. 최 부회장은 미국 브라운대 물리학 학사,스탠퍼드대 재료공학 석사,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MBA) 출신으로 SK텔레콤 IMT2000 사업 추진위원회 상근위원,SK텔레콤 전략지원부문장 등을 지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