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과 하원이 최근 이른바 '바이 아메리카' 조항에 합의하면서 해운업계가 보호무역주의라는 높은 파도를 넘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바이 아메리카' 조항은 국제규범이 인정하는 선에서 도로, 교량 건설 등 공공사업에 미국산 철강 제품만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18일 낸 보고서에서 "보호주의가 확산하면 상품 교역이 위축돼 침체한 해운경기 회복을 더디게 할 가능성이 있다"며 보호주의 확산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광석 KMI 부연구위원은 "최근 해운경기 호황이 중국, 인도 등 브릭스(BRICs) 국가의 성장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보호주의 확산으로 이들 국가의 저성장이 지속하면 해운경기 침체기가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위기를 맞은 금융 시장이 보호주의로 돌아서게 되면 항만 개발 투자와 항만 터미널 인수합병에도 영향을 미쳐 자본금 회수 등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세계은행은 작년 말 내놓은 올해 경제 전망에서 고소득 국가의 수입 수요가 3.4% 감소하는 등 세계무역 규모가 올해보다 약 2.1%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고, 국제통화기금은 올해 무역량을 2.0% 성장에서 2.8% 감소로 지난달 전망치를 수정했다.

IMF가 무역량 전망을 성장에서 감소로 전환하면서 물동량 증가치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영국의 해운 전문기관인 드류리는 올해 세계 항만 컨테이너 물동량을 작년 대비 8.6% 증가한 5억8천693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한 부연구위원은 "세계 경제의 보호주의 회귀는 해운항만 분야에서 외생 변수지만 파괴력이 매우 크다.

해운항만 업계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STX팬오션과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주요 해운업체들은 아직 올해 사업 목표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시황이 좀처럼 회복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어 사업 목표를 잡기가 어렵다"며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면 장기적으로 해운업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