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카드사인 비자카드가 한국에 대해서만 해외카드 사용 수수료율을 올린다는 보도가 나간 16일,국내 카드사의 한 임원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답답한 속을 풀어줘 고맙다"고 말했다. 기자는 "비자카드에 정식으로 불만을 제기하지 그랬느냐"고 반문하자 그 임원은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답했다.

그 이유는 이랬다. 국내 카드사들은 고객들에게 해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국내외 겸용카드를 발급해주고 비자카드 같은 국제 브랜드 카드사에 꼬박꼬박 수수료를 낸다. 비자카드 등에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는 국내 전용 카드를 발급하고 싶지만 이는 쉽지 않다. 고객들이 국내 전용카드보다 연회비가 비싼 국내외 겸용카드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고객들이 언젠가 해외에 나갈 것이라 기대하고 일단 국내외 겸용카드를 발급받아 놓고 본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고객들이 국내외 겸용카드를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긁어도 카드사들은 결제액의 일정 비율을 비자카드에 수수료로 내야 한다. 이런 불공정한 계약이 맺어진 것은 국내 카드사들이 해외에 카드 결제망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서다. 현재 국제 결제망을 가지고 있는 카드사는 전 세계에서 5개 정도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도 비자카드는 시장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1위 업체다. 특히 한국 카드시장은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커 수수료율을 조금만 올려도 수익이 막대하게 늘어나는 구조다. 비자카드가 한국인들의 해외카드 수수료율만 올린 이유다.

비자카드도 할 말은 있다. 한국 신용카드 시장의 수익성이 다른 나라보다도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2007년 비영리협회에서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작년 10월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한 만큼 수익성 증대가 절실하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사전에 충분한 협의 없이 수수료 인상을 통보한 것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것이라고 국내 카드사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비자카드는 또 주식회사로 전환하면서 국내에 법인세를 내야 할 상황이지만 "한국 법인은 소득이 없는 단순 연락사무소에 그쳐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비자카드가 수수료 장사와 세테크로 한국에서 성공할 수도 있겠지만 회원사와 카드 사용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