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잃게 하는 등 생활에 타격을 주고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좋은 핑계가 되고도 있다.

미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다니 클라인 모디셋씨는 자신의 집에서 일하는 유모를 최근 다른 사람으로 교체했다.

그렇지 않아도 유모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어 사람을 바꾸고 싶었는데 경기침체가 갈등을 빚지 않으면서 유모를 그만두게 할 좋은 구실이 됐다.

그는 유모에게 사람을 해고하는 다른 고용주들과 마찬가지로 경기가 나빠져 사람을 줄일 수 밖에 없다며 해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유모를 고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 모디셋씨의 사연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마음에 안드는 사람을 바꾸거나 값비싼 기념일의 저녁식사와 친구를 동반하는 결혼여행, 자녀에 대한 비싼 선물 등과 같이 의무적으로 해야는 하지만 피하고 싶은 지출을 줄이는 것에 경기침체가 훌륭한 구실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기침체가 좋은 핑계인 것은 요즘 같이 전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상대방이 반박하기가 어려운데다 세계 어디에서도 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문에 따르면 뉴욕에 사는 안드레아 프리쳇씨는 아마존 정글이나 사하라 사막 같은 곳에서 하는 극한 마라톤을 하고는 했지만 최근 캐나다의 북극권에 가서 마라톤을 하자는 코치의 제안을 경기침체를 이유로 들어 거절했다.

그는 실제로는 너무 추운 곳에 가는게 싫은 것이 이유였지만 코치에게는 "정말 가고 싶은데 경제 사정에 따른 비용 문제 때문에 갈 수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고 코치도 이를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또 결혼이 아직 망설여지는 시카고의 한 경영대학원 학생은 애인에게 프러포즈를 하는 것을 미루는 좋은 구실로 경기침체를 이용했다.

당초 프러포즈를 위한 해외여행을 계획했었지만 어려운 경제사정을 들어 이를 미룬 것이다.

신문은 경기침체는 어린 아이들까지도 수긍할 정도로 강력한 개념이 되고 있다면서 자녀가 4명인 한 아버지의 경우 아이들에게 매년 가는 유명 스키장으로의 여행 대신 이번에는 스키 게임을 사주겠다는 것을 별 불평없이 설득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