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시중금리가 추락하면서 생명보험사들의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보사들은 보험 가입자가 줄어들고 기존 계약의 해약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자 역마진으로 인한 경영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마땅한 자산 운용처를 찾기 힘들고 기존 고금리 상품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 생보사 영업난 심화
경기 침체가 본격화한 작년 10∼12월 생보사들의 신계약 첫회 보험료는 3천26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월평균 신계약의 첫회 보험료는 1천204억 원으로 전년의 1천227억 원에 비해 소폭 줄었다.

22개 생보사의 2008 회계연도 상반기(4∼9월) 순이익은 7천472억 원으로 전년 동기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 중 7개사는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5개사는 보험금 지급능력을 보여주는 지급여력비율이 150% 아래로 떨어졌다.

올 들어서 사정은 더 나빠지고 있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의 지난달 일반보험과 변액보험의 신계약 건수는 작년 1월보다 각각 9.1%, 68.2% 감소했다.

가입금액도 각각 28.3%, 71.3%나 줄었다.

작년 10∼12월에는 일반보험의 신계약 건수와 금액이 각각 8.2%, 8.6% 감소했다.

변액보험 역시 신계약 건수와 금액이 54.5%, 62.6% 급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해외 본사의 부실로 타격을 입은 외국계 보험사나 방카슈랑스 전문 은행계 보험사들의 사정은 더욱 나쁘다"고 말했다.

◇ 초저금리에 역마진 우려
보험사는 자산운용 구조상 저금리가 지속하면 투자할 곳은 줄어드는 반면 과거에 판매한 고금리 상품에 대한 이자 지급 부담은 커지기 때문에 심각한 경영난에 빠질 수 있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에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경기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보험사들이 경영위기에 빠져 대형 생보사 7개가 파산하기도 했다.

작년 4~11월 국내 생보사들의 자산운용 수익률은 삼성생명 5.0%, 대한생명 5.2%, 교보생명 4.1%, 흥국생명 3.3%, 미래에셋 4.9%, 금호생명 6.3%, 동양생명 4.2%, 신한생명 6.0% 등이다.

2007년의 같은 기간 수익률이 삼성생명 5.4%, 대한생명 5.8%, 교보생명 6.1%, 흥국생명 5.8%, 미래에셋생명 8.5%, 금호생명 6.7%, 동양생명 5.7%, 신한생명 5.9%이었던 것에 비해 상당히 낮아졌다.

이에 비해 은행 예금금리에 해당하는 보험상품의 공시이율은 이달에는 연 5.0% 안팎을 기록하고 있지만 1998년에는 16%대에 달했고 2001년만 해도 7∼8%대였다.

보험사는 은행 정기예금 금리와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 자체 자산운용 수익률 등을 반영해 공시이율을 결정한다.

시중금리 하락으로 보유 자산을 운용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고금리 장기계약 상품이 경영에 부담을 주는 것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하면 상품을 팔수록 손해보는 역마진이 불가피해진다.

이에 따라 교보생명은 최근 자산운용 관련 업무를 모두 대표이사 직속으로 옮기는 등 보험사들이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