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화 가치 급락 등으로 벼랑끝에 몰린 영국이 이번에는 최근 로이즈뱅킹그룹에 인수된 모기지(주택담보대출)전문 금융사 HBOS가 천문학적 적자를 낸 것으로 드러나며 또다시 쇼크에 빠졌다.

로이즈뱅킹그룹은 지난 13일 HBOS의 2008년 연간 순손실 잠정 집계치가 100억파운드(144억달러)로,작년 11월 로이즈뱅킹그룹이 HBOS 인수 작업을 시작했을 때 내놓았던 예상치보다 16억파운드나 더 불어났다고 밝혔다. 공식 실적 발표는 오는 27일 예정돼 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HBOS의 손실폭 확대로 로이즈뱅킹그룹에 영국 정부의 추가 공적자금이 투입된 후 완전 국유화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졌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로이즈뱅킹그룹의 HBOS 인수 당시 170억파운드를 들여 로이즈뱅킹그룹의 지분 43%를 매입했다. 이날 로이즈뱅킹그룹 주가는 런던 증시에서 32% 폭락한 61.4파운드에 마감됐다.

영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약 10%를 차지하는 금융산업의 이 같은 침체 속에 고든 브라운 총리는 "파운드화 약세가 오히려 영국 경제에 도움을 준다"며 영국의 국가부도 위기설을 잠재우기 위해 진땀을 빼고 있다. 브라운 총리는 이날 영국 중부 코벤트리를 방문해 연설한 자리에서 "파운드화 가치의 하락은 영국 기업들의 수출 증대에 도움을 주며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미국의 환투기꾼들이 영국 정부의 환율 정책을 바꿔놓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12일에는 의회에서 "파운드화 가치 하락이 영국 경제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는 아니다"며 "영국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다는 건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브라운 총리가 환율과 관련해 연일 강도 높은 발언을 내놓는 이유는 최근 파운드화에 대한 강력한 경고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상품투자의 대가로 알려진 짐 로저스는 지난달 말 "영국 경제가 더 이상 버틸 능력이 없어 파운드 가치가 더 떨어질 것"이라며 "파운드화를 가지고 있다면 팔라"고 말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