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자동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가 정부 지원을 전제로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까지 정부에 실현 가능한 자구방안을 내야 하는 GM이 채권단 · 노조의 확실한 양보를 얻어내지 못할 경우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파산을 신청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미 정부도 GM이 파산보호 신청을 하면 채무자가 회사를 계속 보유할 수 있도록 추가 금융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파산 신청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와 의원들은 "파산 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만이 GM의 고비용 구조를 확실히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해왔다. 정부는 파산 신청 뒤 세금으로 GM을 지원하면서 채권 회수에서 선순위를 확보할 수 있다. GM에 이미 제공된 134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은 민간 채권 금융사에 비해 후순위로 밀려 있어 논란을 빚어왔다.

GM이 파산 신청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노조 및 채권단과의 협상이 원만히 진행되지 않고 있어서다. 퇴직자 의료비 지원과 관련한 협상에서 전미자동차노조(UAW) 협상 대표들은 의료비 삭감을 요구하는 GM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무보증 채권을 갖고 있는 채권단과의 출자전환 협상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GM은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낼 경우 미국 내 브랜드와 해외 영업망 등 가치 있는 자산을 하나로 묶어 새 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자산은 법원의 감독 하에 청산되거나 매각된다. 예전 회사는 청산되고 새 회사가 설립되는 만큼 노조는 물론 자동차 딜러들과의 계약도 백지에서 다시 맺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고비용 구조를 바로잡아 외국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의 추가 자금 지원이 필요한 크라이슬러도 채권단 및 노조와 비용 절감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