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지난 13일 오전 서울 자산관리공사(캠코) 본사 1층의 신용회복기금 신청 창구.환승론(전환대출)을 신청하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번호표를 뽑고 평균 10분 이상 기다려야 차례가 돌아온다. 상담 업무를 맡고 있는 남효성 신용지원기획실 과장은 "작년 12월만 해도 직원 한명당 하루에 20명 정도를 상담하면 됐는데 최근에는 50명 이상으로 늘었다"며 "방문자가 많아 이달 초 사무실도 넓히고 근무 인원도 10명에서 20명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2.같은 날 오후 서울 센트럴빌딩 6층의 신용회복위원회 상담소.이곳 역시 개인워크아웃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14개의 상담 창구가 꽉 찼다. 남편의 채무 때문에 상담소를 찾았다는 한 50대 여성은 "지난 2년간 빚 독촉에 시달리다 최근에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찾아오게 됐다"며 눈물을 훔쳤다.

경기 침체로 금융사에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해 신용회복지원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으려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대표적인 신용회복지원 프로그램으로는 캠코가 운영 중인 신용회복기금의 환승론과 채무재조정,비영리 사단법인인 신용회복위원회가 운영하는 개인워크아웃(채무재조정),법원의 개인회생 및 개인파산 등이 있다. 지난해 개인워크아웃 신청자 수는 7만9144명으로 전년(6만3706명) 대비 24.2% 늘어났으며 지난해 12월19일부터 시행된 환승론에는 두 달 남짓한 기간에 1700여명이 몰렸다.


신용회복기금의 환승론은 대부업체,저축은행,캐피털 등에서 연 30% 이상의 고금리로 돈을 빌린 사람에게 연 19~21% 금리의 시중은행(국민 신한 우리 하나 기업 농협 등 6곳) 대출 상품으로 갈아 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 곳 이상의 신용정보회사(CB)에서 7~10등급으로 평가받은 사람이 원금 3000만원 이하(기초생활수급자는 금액 제한 없음)의 빚을 지고 있을 때 이용 가능하다.

신용회복기금의 또 다른 신용회복지원 프로그램으로는 채무재조정이 있다. 아직 시행 준비 단계며 이르면 1일부터 시행된다. 이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이자는 탕감해주고 원금만 갚으면 된다는 점이다. 기초생활수급자나 고령자 등은 원금도 감면받을 수 있다. 신용회복기금이 금융사에서 직접 부실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이기 때문에 금융사가 아닌 신용회복기금이 채권자가 된다. 여러 금융사의 채권이 신용회복기금 한 곳으로 모여서 채무 탕감이 수월해진다는 장점도 있다. 금융사에서 3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 중 원금 1000만원 이하(5월부터 3000만원 이하)가 대상이다. 상환 기간은 8년 이내다.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은 이자 탕감은 물론 원금도 최대 5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금융사에 3개월 이상 연체한 사람이 신청할 수 있으며 5억원 이하의 빚을 진 사람이면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환승론이나 채무재조정보다 수혜 범위가 넓다. 다른 신용회복지원 프로그램과 달리 개인워크아웃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보증인에 대한 채권 추심도 중단된다. 상환 기간은 8년 이내다.

다만 이 프로그램은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사람은 이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개인워크아웃은 신용회복위원회가 협약을 맺은 금융사에 채무자의 이자 탕감과 원금 감면을 요청하는 방식인데 러시앤캐시,산와머니 등 대부분의 대부업체가 협약 가입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회생과 개인파산은 법원에서 운영하는 것이다. 개인회생은 금융사 채무뿐 아니라 개인끼리의 빚도 조정 대상이다. 개인파산은 아예 돈을 갚지 않아도 되는 '최후의 방법'이다. 법원이 공식적으로 돈 갚을 능력이 없다고 선고하는 것이기 때문에 채무관계나 추심에서 해방된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