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보험사기 의혹 사건으로 수억 원대 보험금을 챙긴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보험사가 다른 회사로 인수되더라도 보험 계약이 유효하다는 보험 상식은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강호순은 2000년 티코 전복사고로 15개 보험사로부터 수억 원의 보험금을 챙겼지만 유독 동아생명에는 보험금 280만 원을 청구하지 않았다.

동아생명은 외환위기 때 부실 판정을 받은 뒤 2000년 초 금호그룹으로 인수돼 금호생명에 합병됐다.

강호순은 금호생명 가입 계약은 물론, 계약이전(P&A) 방식으로 다른 회사로 넘어간 계약에 대해 일일이 보험금을 신청했지만 동아생명에는 보험금 지급을 요청하지 않고 해약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정황은 알 수 없지만 보험회사가 매각되면 계약이 효력을 잃는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계약 이전의 경우 개별 계약자들에게 보험 계약이 유효하다고 상세히 안내했지만 보험회사 자체가 매각된 경우에는 너무 당연한 사실이기 때문에 오히려 홍보가 덜 됐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강호순이 재정이 튼튼하지 못한 보험사에 가입했다가 보험금을 챙기지 못한 일을 교훈으로 삼아 2005년 장모와 아내가 숨진 화재 사고 전에 생명보험과 화재보험에 가입하면서 모두 업계 1위 보험사를 찾았을 수도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현재 보험 계약은 회사가 매각되거나 계약만 이전될 경우에는 모두 계약이 당초 조건대로 유효하지만 회사가 청산될 경우에는 납입한 보험료 가운데 5천만 원까지만 돌려받을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