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가 새로운 금융안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은행들을 상대로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있는지를 평가하는'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키로 한 것이 금융감독당국의 역할을 확대하고 결국 은행 국유화의 길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10일 최대 2조달러를 투입해 금융회사의 부실자산을 인수하고 대출을 확대하는 금융안정계획을 발표하면서 자산 1천억달러 규모 이상이거나 자금지원이 필요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대출 확대와 잠재손실 흡수를 위해 자본 확충이 필요한지를 판별할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스트레스 테스트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별로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뉴욕타임스(NYT)는 18개 가량의 대형 은행들을 상대로 한 시험이 곧 개시될 예정이고 최초의 결과가 몇 주 안에 나올 수 있다며 스트레스 테스트가 은행에 대한 금융감독당국의 역할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12일 보도했다.

정부는 또 스트레스 테스트를 중소 규모 은행에도 적용할 것인지 여부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금융감독당국은 11일 씨티그룹에 100명 가까운 감독관들을 보내고 JP모건체이스 등 다른 은행들에도 감독관을 보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재정 건전성 감독 활동을 벌였지만 이제 이들은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어떤 은행이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을 만큼 강한지, 어떤 은행이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아야할지를 결정하는 심판자가 될 전망이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지난해 1차 구제금융을 집행할 때 어떤 은행에 자금을 투입할 것인지를 결정할 때 적용했던 기준보다 더 엄격해질 가능성이 있고 투입 자본의 규모도 은행의 문제성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은 또 은행이 향후 2년간 직면할 수 있는 손실의 위험을 평가하고 파생상품과 다른 자산의 위험 노출 정도도 들여다볼 예정이며 이런 평가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스트레스 테스트가 어떤 대형 은행이 추가로 지원을 받아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 뿐 아니라 부실한 소형 은행들을 솎아냄으로써 금융권 합병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런 계획이 은행산업의 국유화 가능성의 단초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은행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정부는 추가로 자본을 조달할 것을 요구하겠지만 민간에서 자본을 조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은행이 정부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테스트 결과가 정부가 이런 조처를 하는 것에 정당성을 부여해 줄 수도 있다.

스탠퍼드그룹의 애널리스트인 재럿 사이버그는 "스트레스 테스트 통과에 실패하면 정부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지원받지 않는 한 생존할 길이 없다"며 "이는 정부가 은행의 대주주가 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신문은 정부의 새로운 자본 투입은 경영진의 보수 제한과 은행의 배당금 지급과 자사주 매입 제한 등 추가적인 규제를 수반할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