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이 세계 1위 전선업체인 이탈리아 프리즈미안과 전략적 제휴를 확대한다. 비약적인 수출 확대를 통해 향후 글로벌 톱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대한전선 고위 관계자는 13일 "프리즈미안과 공동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기로 했다"며 "이를 위해 최근 홍콩법인을 통해 프리즈미안 지분 관련 간접금융상품에 5000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프리즈미안은 이탈리아 피렐리 그룹에서 분사한 회사로 프랑스 넥상스와 함께 세계 전선시장 1위를 다투고 있다.

이 회사의 최대 강점은 전선 분야에서도 부가가치가 높은 초고압 전선과 해저케이블에 있다. 대한전선은 2007년 11월 5141억원을 들여 이 회사 최대 주주인 골드만삭스(지분율 31%)로부터 지분 9.9%를 매입,2대 주주 자리에 올라 있다.

◆왜 협력 확대하나

지난해 한때 부채비율이 254%에 달했던 대한전선이 프리즈미안 지분 관련 간접상품에 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은 해외시장 개척 때문이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향후 전선시장에서 글로벌 톱의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연구 · 개발(R&D) 투자를 늘려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하거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과 제휴를 하는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프리즈미안과의 협력으로 세계 전선시장 판도를 바꾸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임종욱 대한전선 부회장은 연초 회사 임원을 프리즈미안 경영진에 보내 이 같은 계획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즈미안 경영진 역시 "글로벌 불황을 돌파하기 위해 대한전선과 힘을 모으고 싶다"는 의사를 보내왔다. 두 회사가 뭉치면 세계 1위로 뛰어오를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대한전선은 또 프리즈미안과의 기술협력도 넓혀나갈 계획이어서 향후 글로벌 전선업체로의 도약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전선이 프리즈미안과 제휴를 확대하는 것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100억원을 1000억원처럼"

대한전선은 전선사업 전략을 가다듬는 일 못지않게 사업 구조조정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임 부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100억을 1000억처럼 생각하라"고 말했다.

최근 수년간 공격적인 M&A(기업 인수 · 합병)로 계열사를 늘리며 불어난 자산규모와 부채규모를 좀 더 냉정히 돌아보자는 취지에서였다.

대한전선이 2002년부터 시장에서 사들인 기업은 10여군데.그동안 효과적인 투자를 통해 몸집을 키워왔지만 예기치 않은 금융시장 경색에 경기까지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풍부하던 대한전선의 자금사정도 빠듯해지기 시작했다.

임 부회장이 임원들을 불러모아 놓고 "모두 긴장을 늦추지 말라"며 일갈할 정도로 경기침체 속도는 빨랐다.

인수했던 영조주택,명지건설(현 TEC건설),남광토건 등 건설회사들이 건설경기 불황으로 직격탄을 맞자 대한전선은 곧바로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들어갔다.

안양공장 부지를 판 데 이어 최근에는 서울 본사 사옥을 950억원에 매각했다.

대한전선은 올해 시장의 신뢰를 되찾는 데 힘을 쏟기로 했다. 투자자들이 매출과 영업이익,내재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한전선을 평가하기보다는 M&A로 인해 높아진 부채비율만으로 회사를 따진다는 생각에서다.

지난 한 해 대한전선이 올린 매출은 2조4445억원으로 전년 대비 17.6% 늘어났다. 영업이익은 882억원으로 전년 대비 21.9%가 증가했다.

하지만 단기성 차입금이 1조원으로 뛰어오르자 대한전선은 올해 상반기중 우선주 발행과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불안정한 경영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연말까지 전선과 건설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