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제조업왕국도 어쩔 수 없나?

일본 제조업체들이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말미암아 판매부진 등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자사제품 구입운동’이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해 전개되고 있다.

13일 일본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종합가전업체 파나소닉은 그룹 전체의 과장급 이상 관리직 사원에게 AV기기 등 자사제품을 10만엔 이상 구입할 것을 지시했다.

대상자는 과장급 이상 관리직 약 1만명이고, 7월까지 구입할 것을 회사측은 요구했다. 세계동시 불황에 따른 경영환경의 어려움을 간부들에게 인식시키고, 구조개혁을 가속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일본경제신문은 보도했다.

파나소식은 예전에도 사원들에게 자사제품을 사도록 독려하는 ‘바이 파나소닉운동’을 실시해 왔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대상자를 관리직으로 좁히고 금액과 기간 등의 조건을 문서로 통지했다.

금액은 팀리더 등 과장급 관리직이 10만엔 이상이고, 이사급관리직은 20만엔 이상이다. 구체적인 조건까지 붙여 자사제품 구입을 요구한 것은 IT거품이 붕괴되고 실적악화로 고전하던 2002년 이후 처음이다.

도요타 자동차의 경우 부장급 사원들로 구성된 ‘부장회’가 나섰다. 부장회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도요타 신차의 구입을 호소하고 나선 것. 부장회의 이같은 움직임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일본경제신문은 지적했다.

자동차 판매의 급격한 하락으로 인해 2009년 3월말 결산에서 전후 처음으로 영업실적이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관리직이 스스로 자사제품 구입을 통해 실적회복에 기여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장회는 이사 부장 실장 등 약 2200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다. 이번 구입운동은 부장회가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고 강제력은 없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구입기간은 3월말까지이고, 차종 등의 제한은 없다.

한경닷컴 차기태 기자 ram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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