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금융규제 강화는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금융위기가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 기회가 될 것이며,금융위기 이후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금융위기 이후 대비해야"

대통령직속기구인 미래기획위원회 곽승준 위원장은 1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미래기획위원회와 금융연구원이 공동 개최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환경 변화' 국제세미나에서 "우리 금융은 낙후된 수준으로 갈 길이 멀다"고 비판했다.

그는 "선진국들이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나 이것은 규제완화가 많이 진전된 나라에 해당되고 우리의 경우 여전히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곽 위원장은 "이번 (금융)위기가 3년 정도면 끝날텐데 누가,어느 나라가 (그 이후를) 주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시적인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면 규제완화나 민간 중심의 금융산업 발전 등의 국제적인 조류에 동참해야 하므로 지금은 이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곽 위원장은 또 "금융규제의 경우 사전적 규제보다는 사후적 감독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생들이 MT를 가서 사고를 냈다고 해서 초등학생들에게 대학 갈 필요가 없다고 말 할 수 없다"며 "선진국에서 촉발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초등학생 수준인 우리나라 금융이 대학생 수준으로 도약하려는 선진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MB노믹스의 핵심 중 하나는 금융을 수익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산업적 시각에서 하나의 기업으로 본다는 점"이라며 "청년 일자리 창출에 있어 양적인 면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도 중요하므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금융산업의 잠재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규제 강화 경계해야

제프리 카미켈 프로몬토리 그룹 호주 대표는 금융규제 강화 움직임을 비판했다. 그는 "시장 실패들을 보완하기 위한 움직임이 지나친 규제 강화로 이어지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토 다카토시 도쿄대 교수는 위기의 원인으로 금융 규제 · 감독 실패와 레버리지를 통한 과도한 유동화,신용평가사의 이해상충 등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규제 · 감독체제의 총체적인 재검토보다는 현 국제기구를 보완하고 국제 공조를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얀 브록마이어 IMF 부국장도 "규제강화가 불가피하지만 과잉반응은 역효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가 좋을 때 은행들이 자본을 추가 확충하거나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는 반면 불경기에는 이를 완화하는 유인책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담보가치를 보다 보수적으로 산정하는 정도의 방안이 적당하다는 것이다.

존 보드 헨리비즈니스스쿨 교수는 복잡한 금융상품에 대해서도 "대규모 부실이 금융상품의 복잡성이 아닌 단순한 행동이나 상품에 대한 오해로 발생했다"며 "금융상품의 규제는 바람직한 원칙에서 시작해 꼭 필요한 경우에 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에드워즈 SC제일은행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는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의 기회"라며 "경제적인 파워가 서방에서 동양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상하이 뭄바이 두바이 등이 금융허브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에드워즈 행장은 "서양의 금융허브가 어려움을 겪을 때가 한국 금융사들이 약진할 수 있는 기회"라며 "한국 등 아시아 지역 금융사들이 훨씬 견조한 펀더멘털을 유지하고 있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